정월대보름(6일)에는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가 튼튼해지라는 의미로 부럼을 자기 나이 수대로 어금니로 깨문다. 또 차가운 청주 한 잔의 '귀밝이술'을 마시면서 귀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도 있다. 하지만 이런 풍습대로 부럼을 껍질째 깨물면 치아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부럼 깨물다 치아 망가져
목동중앙치과병원 변욱 병원장은 3일 "부럼을 깨물다 치아가 깨지거나 임플란트까지 망가지고 턱관절이 손상되는 3중고를 겪을 수 있다"며 "턱관절에 통증이 생기면 통증 부위를 10분 정도 얼음찜질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두처럼 단단한 견과류를 깨물면 치아에는 50~100㎏ 정도의 강한 압력이 가해진다. 치아와 턱이 견딜 수 있는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치아 결을 따라 금이 갈 수 있다. 치아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 음식을 씹거나 물을 마실 때 날카로운 치통이 느껴진다. 문제는 금이 워낙 미세하게 나있어서 육안으로는 멀쩡해보여 금이 간 부위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치아의 금을 방치하면 음식을 씹을 때마다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며 치아 신경관을 자극한다. 강한 충격이 반복되면 최악의 경우 치아가 둘로 쪼개져버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발치를 할 수밖에 없다.
크라운, 임플란트와 같은 보철치료를 받은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턱뼈에 단단히 고정돼 있는 임플란트는 쉽게 부러지거나 빠지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씹는 힘을 넘어 부럼을 깨무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연치아의 뿌리에는 치근을 감싸고 턱뼈에 치아를 고정시키는 치근막이 있다. 이 치근막은 쿠션 역할을 해서 작은 충격이라도 쉽게 감지하고 충격을 완충해준다. 임플란트에는 치근막이 없다.
따라서 임플란트에 큰 충격이 가해져도 그 힘이 고스란히 인공치근에 전달돼 연결부위의 변형 및 파손, 연결나사의 변형과 풀림 현상, 보철치아 자체의 파손이 유발될 수 있다. 임플란트 외 충치 때문에 파인 치아 홈을 메운 것이나 틀니 같은 다른 보철물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호두나 은행 같은 딱딱한 부럼보다는 땅콩, 잣 등 비교적 부드러운 부럼을 골라 먹는 것이 좋다. 또 부럼 대신 사과나 배, 무처럼 사각사각한 식감의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게 치아에는 좋다.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섬유질은 치아의 치태를 제거해 충치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입냄새까지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귀 건강에는 술보다 나물
소리이비인후과 전영명 원장은 "귀 건강에는 귀밝이술보다 나물이 좋다"며 "특히 비타민 B군은 이명과 난청에 효과적이고, 시래기나물과 콩나물에 들어 있는 비타민 B1은 귓속 신경을 안정시켜준다"고 말했다. 또 오곡밥에 들어가는 콩의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 예방의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을 도와 뇌신경 기능을 향상시켜 귀 울림 증세를 예방 또는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부럼으로 먹는 견과류에 풍부한 '아연'은 강력한 항산화 효능과 함께 청신경 활동을 도와준다. 신체기관 중에서 가장 높은 농도의 아연이 귓속 달팽이관에서 발견될 만큼, '아연'은 달팽이관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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