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값싼 부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서울학교 컴퓨터공학부 이재진 교수(매니코어 프로그래밍 연구단장·사진)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노드(node·내트워크 내 소규모 컴퓨터)의 계산 속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슈퍼 컴퓨터의 성능을 높이는 데는 네트워크의 속도뿐 아니라 노드의 성능이 중요하다. 한 개의 노드에 여러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하면 적은 수의 노드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계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다수의 GPU를 노드에 효율적으로 장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어 대부분의 슈퍼컴퓨터에는 노드당 최대 2개의 GPU만 장착해왔다.
이번에 이 교수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하면 노드마다 최소 3개 이상의 GPU를 장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슈퍼컴퓨터의 구축 비용뿐 아니라 소모 전력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팀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부품과 자체 제작한 냉각 시스템을 이용해 총 96개 GPU를 장착한 16개의 노드로 구성된 슈퍼컴퓨터 시작품 '스누코어(SnuCore)'를 자체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슈퍼컴퓨터의 계산 속도를 평가하는 프로그램(린팩 벤치마크)을 이용해 계산한 스누코어의 노드 당 계산 속도는 0.991테라플롭스(TFLOPS)로 현존하는 슈퍼컴퓨터 중 가장 빠르며 전력효율(와트당 871메가플롭스)도 세계 20위권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스누코어의 성능 대비 가격은 다른 세계 최상위급 슈퍼컴퓨터들의 12분의 1 수준으로 파악됐다.
기성 부품을 이용해 세계 최상급의 성능을 지닌 슈퍼컴퓨터를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재진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뒷받침되었을 때 슈퍼컴퓨터의 구축·관리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고 정보기술(IT)분야의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구체적인 사례"라며 "다른 IT 분야에 비해 슈퍼컴퓨터 연구개발이 뒤처진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중국 등 슈퍼컴퓨터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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