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는 직장인들은 간 건강에 관심이 많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보통 매일 위스키를 500mL 정도 마시거나 포도주나 맥주를 하루에 5000~6000mL를 10년간 마셨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간의 손상 정도는 술의 종류나 음주 습관보다는 음주한 에탄올의 양과 기간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루에 마시는 술의 양이 많을수록 간경변으로 빨리 진행된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정진용 교수는 24일 "음주량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사를 찾아 기본적인 진찰과 더불어 간기능 검사 등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증상 없는 알코올성 간질환이 심하면 치명적 간부전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성 간질환 어떤 질환인가
알코올성 간질환은 주로 만성적인 음주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간의 질환을 말한다. 형태에 따라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으로 크게 나눈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서 한 가지 병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고 각 병이 개인마다 다양한 정도로 나타난다.
알코올성 간염은 정도에 따라 증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치명적인 간기능 부전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전형적인 증상은 바이러스 간염이나 독성 간염과 비슷해서 식욕 감퇴, 구역질, 구토, 무력감, 체중 감소, 복부 불쾌감, 황달(눈의 흰자위나 심하면 피부 등이 노랗게 되는 증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간이나 비장이 커지면 의사가 만질 수 있게 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피부에 동맥에 의한 거미 모양의 혈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복수가 차거나 부종(몸이 붓는 것), 출혈, 뇌기능 장애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역시 증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증상은 매우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셔도 10년 이상 지난 후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진행도 대부분 몇 주나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기도 한다.
식욕감퇴나 부실한 식사 등으로 체중이 감소하고, 근육이 줄어들며, 멍이 잘 들고, 기운이 없고, 피로한 증상을 느끼게 된다. 간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황달이 짙어지고 위식도 정맥류(위나 식도의 정맥이 늘어난 상태)로 인해 피를 토하거나 복수가 차기도 하며 뇌기능 장애가 동반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손바닥이 붉어지거나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곤봉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호르몬 대사의 이상으로 남자의 경우 몸의 털이 줄어들고 유방이 커지거나 고환이 위축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여자의 경우 남성화 현상이나 생리 불순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치료하려면 술을 끊어야
가벼운 알코올성 지방간만 있는 경우 간 초음파검사나 간 동위원소 촬영으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진행된 알코올성 간질환의 경우에는 이상이 발견될 수 있다.
간 전산화단층촬영(CT)을 시행할 경우 지방간이나 기타 소견 등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지만 항상 필요한 검사는 아니다. 간 조직검사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의 진행 여부, 바이러스성 간염과 같은 다른 간질환과 구별이 곤란한 경우 시행할 수 있다.
치료하려면 우선 술을 끊어야 한다. 또 충분한 영양 공급도 중요하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는 비타민을 포함한 영양 결핍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충분한 칼로리와 비타민 B를 섭취해야 한다.
특히 알코올성 중독 환자들은 이미 뇌에도 상당한 손상을 받은 경우가 많으며 알코올성 건망증이나 신경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현상은 비타민B 결핍과도 연관되어 있어 초기에 적절히 투여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뇌 손상을 받아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음이나 폭주, 매일 매일의 음주 등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술을 마실 경우 알코올 양이 적은 술을 마시고 음주한 후에는 간이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도록 충분한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영양 결핍에 의해 간 손상이 심해질 수도 있으므로 적당한 안주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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