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긴축정책을 두고 세금 인상과 정부지출 감축이란 기로에 섰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제적인 경험을 비춰봤을 때 (정부) 지출에 기반한 재정 안정이 세금 인상보다 더 성공적이었다"며 유로존이 세금 인상 이전에 정부지출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정부지출 감축이 긴축정책의 최소 3분의 2를 차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국 입장에선 정부 인력을 줄이거나 이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것보다 세금을 올리는 것이 훨씬 쉽다. 때문에 그리스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세금 인상으로 적자를 줄이려 하고 있다.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이 중 55%에 해당하는 370억유로(약 56조1600억원)를 부가가치세(VAT)나 소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그리스국민은행(NB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니코스 마기나스는 "이론적으로 정부지출 감축이 세금 인상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적다"고 말했다. 마기나스는 "낭비가 문제가 됐던 국가의 경우는 지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지만 그리스에 가장 큰 문제는 탈세"라고 지적했다. 세금을 올리려는 그리스 정부의 조치가 적절하다는 의미다.
이탈리아도 내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5%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 적용될 방법이 대부분 세금 인상이 될 것이라고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말했다.
스페인도 150억유로(약 22조7700억원) 규모의 긴축정책 패키지에서 세금 인상과 정부지출 감축이 각각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도 올해 예산조정 규모에서 30%는 세금 인상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도 긴축정책이 세금 인상에 기반하는 국가 중 하나다. 벨기에도 적자를 줄이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아 정부지출 감축보단 세금 인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전했다.
루뱅가톨릭대학의 경제학 교수 폴 드 그로위는 "현재 우리가 시행하려는 긴축정책이 정부 지출을 충분히 줄이려 하기보다 세금 인상에 너무 치중돼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드 그로위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상황에서 다음 정책은 정부지출이 좀 더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세금 인상에 덜 집중하는 국가는 아일랜드라고 NCB스톡브로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드바인은 말했다. 아일랜드는 긴축정책 비중을 3분의 2를 예산에, 나머지 3분의 1을 세금 인상에 배분했다. 그 결과 아일랜드 경제는 지난해 성장세로 돌아서고 올해도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