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법·저축銀특별법 '엇갈린 운명'

위헌논란에 휩싸인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반면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조치법(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 제정은 불발로 그쳤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특별법은 최악의 경우 법안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안'을 심사했으나 금융당국의 거센 반발 및 여야의 의견 대립으로 표결에 부치지 않고 계류시키기로 했다.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정부와 국회 모두 저축은행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날 처리를 미루고 전체회의에 계류시킨 채 추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날 법사위에 참석한 새누리당 소속 허태열 정무위원장은 "저축은행 피해자가 전국에 7만2000명이고 대부분 고령자인 데다 학력과 생활수준이 낮아 정부 상대의 소송을 하기 어렵다"며 "국회에서도 수차 잘못을 인정한 정부가 보상대책 등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법률적인 문제와 함께 금융질서와 관련해서도 (법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대했다.

　이 법안은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저축은행관리에 대한 책임이 부족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그러나 위헌소지 논란이 다분한 데다 법안 의도가 정치권에서 4월 총선을 겨냥해 내놓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일단 저축은행 특별법안은 이날 계류되면서 법안 자체가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여전법은 논란 끝에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금융기관과 금융감독 당국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며 반대해왔던 여전법에 대해 상정의지를 강하게 표출해왔다. 중소 자영업자들의 영업활동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여야 총선 공약으로 제시된 만큼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원칙론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위헌논란 지적에 따라 위헌 소지가 있다고 문제 제기됐던 부분들을 수정해 타협안을 만드는 물밑작업도 진행됐지만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반발은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e-mail]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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