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에서 국영기업들이 주가 수익률로 민간기업을 압도하고 있지만 이는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저평가된 탓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전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영기업들이 저평가 받는 것은 이들이 주주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MSCI신흥시장지수 대비 신흥국 국영기업 주가 상승률(기준=100) <자료: 파이낸셜뉴스(FT)>
투자업체 스레드니들의 글로벌 주식 부문 대표인 윌리엄 데이비스는 "투자자들은 신흥국 국영기업이 주주이익보다 자국 경제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이익 측면에서는 국영기업이 민간기업보다 훨씬 뛰어난 게 사실이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된 기업 가운데 정부 지분이 30% 이상인 기업은 122곳이고, 지난 2001년 1월 이후 최근까지 이들 기업 주가는 지수보다 260% 더 올랐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2008년 10월 이후만도 상승폭이 33% 가량 더 컸다.
모간스탠리의 신흥시장 리서치 부문 대표인 조나단 가너는 국영기업은 정부 지원 덕분에 신용등급이 높아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예산이나, 세제 및 규제완화 등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신흥국 국영기업의 주가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국영기업 122곳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7.9배로 MSCI 신흥시장지수보다 31%나 낮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신흥시장 전문가팀장인 샘 벡트는 "신흥국 국영기업 주가가 고속 성장하는 민간기업보다 잘 오르는 것은 주가 수준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신흥시장에서는 가치주가 성장주를 압도한다"고 말했다.
신흥국에서 잘 나가는 국영기업은 대부분 에너지회사다. 모간스탠리가 꼽은 122개사 가운데 3분의 2나 된다.
콜롬비아 석유회사 에코페트롤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7년 상장 이후 이 회사 주가는 현지 통화 기준으로 4배나 올랐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에만 191% 급등했다.
금융권에서는 러시아의 스베르방크가 눈에 띈다. 러시아 정부의 도움으로 금융위기의 파고를 극복한 이 은행 주가는 2008년 10월 이후 443% 폭등했다.
'신흥시장 투자의 달인'으로 통하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 회장은 신흥국 국영기업이 주주이익에 인색하기는 하지만 재벌기업보다 차라리 낫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 정부들도 이제 소액주주를 배려해야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만큼 국영기업이 재벌기업보다 투자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계론도 나온다. 국영기업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FT는 중국의 경우 차이나모바일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주가가 급등했지만 지방을 장악하고 있는 몇몇 국영은행들은 국가 정책에 따라 대출을 늘리느라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raskol@fnnews.com 김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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