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신과 질환인 '섬망'의 원인 기전이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팀은 섬망 환자와 정상인 각각 22명을 대상으로 뇌의 각 부위별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fMRI를 촬영한 후 비교한 결과 섬망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뇌기능 부조화 기전 두 곳을 찾아냈다고 15일 밝혔다.
첫 번째 부조화 기전은 신체 운동 및 시각·청각반사와 의식 상태를 통제를 담당하는 대뇌'기저핵'과 '중뇌' 사이의 기능적 연결이 끊어져 두 부위가 균형 있는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한 쪽 부위만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의식 유지와 판단 및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부조화 기전은 이성(理性)을 관장하는 전두엽 바깥쪽 부위와 기본적 인지기능 유지를 담당하는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의 '기능적 상호 연결성'이 와해된 것을 찾아냈다.
우리가 외부환경에 대해 적응할 때는 사고하고 판단하는 전두엽 부위 활성화도가 더 높아져야 하고 그 반대의 휴식 등의 안정 시에는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가 활성화도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섬망환자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섬망은 불면증, 기억력 저하, 사고장애, 초조, 방향감각 상실, 혼돈, 피해망상 등이 나타나는 정신과 질환으로 주로 큰 외과적 수술 후 회복 단계의 환자나 중환자실 장기 입원환자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치료 목적의 처치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또 70대 이상 고령층이 섬망 환자의 대부분이므로 '치매'로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매와 달리 섬망은 뇌의 일시적 기능장애에 의한 질환이므로 적절한 치료 시 대부분 완전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기저핵과 중뇌 사이의 부조화 기전은 치료에 따라 수일 내에 회복이 가능하지만 전두엽과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의 두 번째 기능적 부조화 기전은 환자가 회복 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됐다"며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섬망 치료약물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이번에 규명된 뇌의 두 기능적 부조화 기전간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와 더 많은 섬망 환자 대상의 조사를 통해 섬망의 원인 규명을 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세계적 정신과학 학술지인 '미국 정신의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IF=12.7) 5월호에 발표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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