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만나고 싶었습니다] (21) 연인들을 위한 SNS ‘비트윈’ 화제 박재욱 VCNC 대표

[만나고 싶었습니다] (21) 연인들을 위한 SNS ‘비트윈’ 화제 박재욱 VCNC 대표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개발 열풍이 확산 중인 가운데 '커플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오직 연인끼리만 가입할 수 있는 '비트윈(Between)'이란 SNS를 개발한 VCNC(Value Creators & Company)이다.

박재욱 VCNC 대표(27·사진)는 "비트윈의 최대 경쟁력은 연인 간 사생활이 최대한 보장되는 폐쇄성"이라고 말했다.

가상공간에서 무한한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SNS의 본질을 완전히 뒤집은 발상이다. 이런 전략은 출시 6개월 만에 국내외 83만명이 넘는 연인들이 비트윈을 통해 그들만의 '은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성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아직 사용자 대부분이 미혼 커플이지만 앞으로 기혼자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전 세계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잠재적 고객이라는 점에서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성공을 자신했다.

■SNS 본질 깬 '역발상' 전략

지난해 11월 베타 서비스를 선보인 비트윈은 사용자 간 친구 수가 단 한 명이다. 비트윈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개방적 구조의 SNS의 폐해에서 착안한 '역발상'에서 탄생했다.

박 대표는 "트위터에서 직장 상사가 팔로어를 신청하거나 카카오톡에서 택배 아저씨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등 원치 않는 경험들이 있을 것"이라며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사람 간 온라인 소통은 수월해졌지만 기존 SNS들의 관계 형성이 피상적이라는 한계에서 비트윈을 착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윈은 양적 인맥보다는 오프라인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 수 있는 밀도 있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고 이런 서비스에 가장 부합하는 사용자층을 고민한 끝에 연인들을 공략대상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연인 특화형 SNS이다 보니 비트윈만의 이색적인 서비스들이 눈에 띈다. 연인 간 결별이나 불화가 생겨 회원 탈퇴를 요구할 경우 바로 계정 삭제를 하지 않고 한 달간 조정기간을 둔다. 일종의 이혼숙려제도라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비트윈에서 함께한 추억들을 되돌아보며 일시적인 감정싸움으로 악화된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취지"라고 했다.

이 같은 차별화 전략으로 비트윈은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가 83만명을 넘었다. 트위터나 카카오톡 같은 개방형 SNS와 비교하면 사용자 수가 미미하지만 오직 연인들만의 서비스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비트윈은 이미 전 세계 10여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기 위한 최우선 공략지역은 일본이다.

박 대표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가입자 200만명 돌파가 목표인데 현재 비중이 9%인 일본 회원을 25%까지 확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일본은 한국과 문화와 정서가 비슷하고 폐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민족성 때문에 우리 서비스에 잘 맞는 나라"라고 말했다.

조만간 수익구조도 만들 예정이다. 박 대표는 "사용자가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다음 달 포토북 서비스에 들어가고 연말께는 광고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술보다 사람이 중요

지난해 2월 VCNC를 설립해 1년여라는 짧은 기간 치열한 IT 생태계를 맛본 박 대표는 그 나름의 경영철학이 있다. 기술력이 생명인 IT 벤처기업이지만 사람이 최고 자산이라는 것.

VCNC는 박 대표의 모교인 서울대 동아리 '크레이터즈(Creators)'에서 만난 친구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박 대표를 비롯해 동아리 멤버였던 5명이 지금도 개발과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동아리 멤버 5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현재 15명까지 직원 수가 늘었다.

박 대표는 "아직 작은 회사지만 단 한 명도 퇴사자가 없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복잡한 기술과 엔지니어로 구성된 조직이지만 서비스 특성상 감성적인 직장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끼리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생일 등은 반드시 챙긴다.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하게 된 것도 박 대표의 인복이 컸다. 특히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그는 "지난해 창업 초기 전자책(e북) 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를 맛보고 방황하던 시절 우연히 알게 된 이 대표가 우리를 제주도로 불러 회사 비전에 대한 방향을 함께 고민해 준 게 큰 도움이 됐다"며 "나도 후배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VCNC는 비트윈 서비스를 출시한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국내 IT 벤처업계는 엔젤 투자자 등이 부족해 초기 투자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인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며 "대학 때 창업 상담을 받기 위해 무작정 e메일을 보냈던 소프트뱅크벤처스 코리아 부사장과 '멘토·멘티'로 만났다가 투자까지 받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회사의 비전이나 구성원들의 역량 등을 인정받은 결과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감이 투자 유치의 뒷받침이 됐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다음 '만나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으로 인터랙티브 e북 플랫폼을 구축 중인 모글루의 김태우 대표를 추천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