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쇄신 일환으로 평생연금제도와 불체포특권 폐지 논의가 무르익은 가운데 19대 국회의원 상당수는 완전 폐지보다는 보완책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적 반감의 대상인 연금제도의 경우 일부 초선의원들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선급 이상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재직기간과 의원직 상실 여부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의원 특권 폐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면 급진론과 점진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실제 법 개정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연금제 폐지,초선-중진 간 입장차
파이낸셜뉴스가 3일 19대 국회의원(초선 10명 및 재선 이상 10명)들을 대상으로 의원 특권 폐지에 대한 찬반여부를 조사한 결과 의원연금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한 부분은 일부 공감했지만 초선의원들이 폐지를 주장한 반면 중진들은 보완책 마련을 통해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뤘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 임기를 수행해도 65세부터 매월 120만원의 평생연금이 지급되는 점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지급 대상의 최소 임기를 1년 이상으로 수정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이면 제외하는 선에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임기를 단 하루 해도 연금 대상자가 되는 것은 불합리하고, 생활이 좋은 분이 구태여 연금을 탈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헌정회가 국회와 협의하면 합리적 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도 오는 8~9일 의원연찬회에서 지난 2010년 2월 국회를 통과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을 통해 의원 연금제를 수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모 중진의원은 "연금제를 무조건 없애는 건 반대"라며 "일반인이 매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월 30만원씩 30년간 내야 하는 것처럼 의원들도 본인 부담을 통해 연금을 받는 식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당초 헌정회 육성법 취지를 살려 전직의원 중 생계유지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헌정회 자체 기금 모금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 등의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여야 초선의원 대다수는 재직기간은 물론 비리전력이나 개인재산 규모와 관계 없이 지급되는 의원 연금제도가 국민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불체포특권 폐지, 여야 엇갈려
불체포특권 폐지 부문에서는 여야 간 입장이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일부 비리 의원들이 사법당국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이 제도를 악용한다며 불체포특권 폐지 혹은 축소에 무게를 둔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정권에 따라 편파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현행법 유지를 주장했다.
헌법 제4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또한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에 따라 회기 중 석방된다.
새누리당 모 초선의원은 "불체포특권은 악용되는 사례가 더 많다"며 "국회선진화와 맞물려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은 "불체포특권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의원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적절한 선상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의원 직무와의 관련성을 고려해 정치적 탄압에 정당히 맞서는 것과 불법행위를 구별할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최소한의 수사권 남용 방지책은 필요하다며 불체포특권 폐지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현재 살아있는 권력의 야당 탄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서다.민주당의 한 의원은 "권력의 유불리에 따라 악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체포특권은 필요하다"며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특권을 받는 것으로 호도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권위주의 시절에 만들어진 본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현 정권에도 BBK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불체포특권이 없어지면 의원들이 권력 감시 등 의정활동을 자유롭게 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ch21@fnnews.com 이창환 김미희 이승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