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의사에게 처방받아야만 구입이 가능한 응급피임제(사후피임약)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고, 기존에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경구피임약(사전피임제)을 전문 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 이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졌다.
‘여성의 임신 출산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모든 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해야 한다’, ‘사후피임약은 낙태약과 다름없는 것으로 생명 중시 차원에서 전문의약품으로 해야 한다’,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낙태율을 줄이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여성의 생식 건강권을 위협하게 된다’,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하게 되면 오남용이 우려된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각계에서 쏟아져 나왔다.
과연 무엇이 바른 선택인 것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피임제 재분류(안)'에 대한 추진배경 및 분류사유, 운영계획 등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피임제 재분류안에 대한 식약청의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식약청 의약품심사부 이선희 부장은 "이번 의약품 재분류(안)은 의약품의 안전하고 합리적인 사용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으며, 안전성 및 유효성 검사, 선진국의 의약품 분류 등 과학적 근거에 따라 시안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에 따르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응급피임제는 프로게스테론류 호르몬인 레보노르게스트렐이 함유된 총 11품목이다. 지금까지 부작용 발현 양상 등 특이사항이 없으며,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 단 1회만 복용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이미 의약선진외국 중 5개국에서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려는 사전피임제는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 9품목 전체다. 이는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는 점과 투여 금기 및 신중 투여 대상이 상당히 넓은 편이라는 점, 혈전증 등 심혈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약선진외국 8개국 모두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부장은 "사전피임제와 관련해 소비자 부담 비용 증가, 접근성 저하 등의 문제를, 응급피임제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피임방법으로 오인, 성에 대한 도덕적 해이, 청소년 오남용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며 "아직 시안일 뿐이지 최종결정한 것은 아니다. 다각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들어보고 최적의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올바른 사용을 위한 복약지도를 강화하고, 청소년들이 오남용하지 않도록 연령제한 등을 검토하며, 표시기재사항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대국민 캠페인 실시를 비롯해 올바른 사용을 위한 홍보 및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약품 재분류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검토해 분류하는 것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리고 국가약물감시시스템을 통한 의약품 안전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은 공청회에서 나온 각계의 입장을 종합하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내달 의약품 재분류안을 최종 확정해 이르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sh.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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