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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갑상선기능항진증’ 경보

여름철 ‘갑상선기능항진증’ 경보
▲ 갑상선 비대로 목이 불룩해진 여성 환자.

여름이 다가오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부쩍 늘어나는 질환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질환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김효정 을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0일 "과거 갑상선 질환의 병력이 있는 경우 여름이 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거나 더 심해져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고 말했다.

■여름에 심해져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의 과다분비에 의해 우리 몸의 대사속도가 빨라진다. 그 결과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더 많이 만들어낸다. 이렇게 과도하게 만들어져 남는 에너지가 열의 형태로 발산돼 유난히 더위를 느끼게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여성 대 남성 유병률은 9대 1.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김 교수는 "갑상선 환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고 유난히 더위를 못 참는다"며 "여름이 되면 너무 더위를 탄다고 병원을 찾아와 병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심혈관계의 운동성이 증가해 맥박이 빨라지고 손을 떨게 된다.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은 감소한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 우울증 또는 공격성도 보인다. 장의 운동이 빨라져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고 여자에게서는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진다. 양이 적어지고 심지어 아주 없는 경우도 생긴다. 진찰을 해보면 갑상선의 비대로 목이 불룩하게 나온 것을 볼 수 있다. 눈도 커 보인다. 심한 경우에는 양측의 눈이 돌출되는 경우도 있다.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원인은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루프스 등과 같은 면역체계의 이상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외부의 이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를 내가 아닌 남으로 인식하고 공격, 퇴치함으로써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한다. 이런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인 우리 신체의 일부분을 남으로 인식하고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우리의 면역계가 갑상선의 일부 구조를 남으로 인식하면서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갑상선세포가 증식하고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생산된다.

■어떻게 치료하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치료는 약물요법, 동위원소(방사성 요오드) 치료, 수술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약물요법은 메치마졸, 카비마졸, 안티로이드(PTU) 등의 항갑상선제를 쓴다. 통상 1~2년간 투여하고 약제를 끊은 후 재발 여부를 관찰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치료법이다.

대개 2개월 정도만 복용해도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고 증상이 좋아진다. 약은 바로 끊지 않고 서서히 줄여나간다. 약물 투여기간이 짧으면 재발 가능성은 높아진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에는 특히 약의 용량 조절을 신중히 해야 한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는 항갑상선제 투여나 수술 후 재발한 환자, 항갑상선제에 부작용이 있어 복용할 수 없는 환자,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해 치료가 안되는 환자에게 사용한다. 재발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처음부터 시행하기도 한다.

방사성요오드를 먹으면 갑상선에만 흡수되어 갑상선을 파괴하고 신체의 다른 부위에는 거의 영향이 없으므로 '먹는 수술 치료'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1~2회 정도의 치료제 복용으로 병을 완치시킬 수 있고 자주 혈액검사를 하면서 약 용량을 조절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단 임신부나 수유부에게는 금기이며 치료 후 갑상선 기능이 오히려 정상보다 감소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반수 이상에서 발생한다.

항갑상선제와 방사성요오드 요법이 보편화되면서 수술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장기간의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적은 환자나 약제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 중 방사성요오드 치료가 어려울 때, 갑상선종이 매우 커서 주위조직을 압박할 때,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있을 때는 수술해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