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차상근 특파원】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위축에 따라 기업 임금상승 가이드라인을 예년에 비해 낮추고 있다. 기업경영난을 감안한 조치지만 중소기업이나 노동집약형 기업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여 소득분배 개선 노력이 이번 불황을 계기로 다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경제참고보는 25일 베이징, 톈진, 산둥, 윈난 등 모두 12개 성급 지역이 올해 기업임금 가이드라인을 최근까지 내놓았으며 임금인상 상한선은 일부 20%를 넘는 지역도 있지만 대체로 14%였다. 하한선은 5%선이었고 닝샤자치구의 경우 하한선을 아예 내놓지 않았다고 중국사회보장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매체는 허베이, 산시, 상하이 등 대부분 지역은 임금인상 상한폭이 지난해보다 2~3%포인트 하락한 수준이었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성시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4개가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12차5개년 개발계획기간(2011~2015년) 5년 중 근로자 최저임금을 합리적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매년 13%씩 인상할 계획이지만 작년까지 일부 성시에서는 임금이 최저임금 증가 가이드라인보다 훨씬 빠르게 뛰었다.
임금가이드라인은 각 지역 경제 성장속도와 물가수준, 실업 수준 등의 제반 상황을 고려해 각 지방정부가 공회(노동조합), 기업단체 등과의 협의 아래 제시돼 왔지만 사실상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각 지방정부들이 경제성장둔화와 기업경영상황 악화 등을 감안, 보수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발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에도 다수의 성시들이 기업 임금가이드라인을 낮췄고 부분적으로는 최저임금상승폭까지 조정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소득분배제도 개혁이 12·5 계획기간 중 주요 과제인 만큼 최저임금 상승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며 기업의 임금결정 메커니즘도 제도적 측면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일각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다수 노동집약형 기업에 있어 임금 가이드라인의 설정은 자칫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속도를 늦춰 소득분배제도 개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제도를 더욱 완벽하게 운영하고 노사간 임금 협상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국유기업, 독점기업의 임금 분배에 대해서는 지도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근로자 임금 상승둔화의 주요인이 기업이익 감소인 만큼 구조적 감세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대학 중국경제성장연구센터 부주임 차이즈저우는 "수년간 중국의 세수증가율은 줄곧 경제 성장률보다 빨랐고 특히 영업세와 소비세 상승폭이 지나치게 커 기업부담이 됐던 만큼 기업에 대한 더 많은 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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