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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유령회사 통해 3천억 외환거래 대형 선박회사 등 적발

과세를 피하기 위해 이익을 해외로 빼돌린 기업들이 과세당국에 의해 대거 적발돼 기업윤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탈세 수법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지능적이고 과감했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선박회사인 A사는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선박의 운항수입과 매각대금 등을 빼돌려 싱가포르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P사의 비밀계좌에 이를 은닉했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은닉된 소득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페이퍼컴퍼니인 O사, 싱가포르 소재 페이퍼컴퍼니인 S사로 이동시켜 돈세탁을 거쳐 외국인투자 명목으로 국내에 이 자금을 반입시켰다. 이 자금으로 국내 B사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565억원의 재산을 도피시킨 혐의로 올해 4월 검거됐다. 총 범칙금액만 무려 2021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회사 C사도 역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역외탈세 수법을 사용하다 당국의 수사망에 포착됐다.

이 회사는 중국으로 수출할 물품을 홍콩 페이퍼컴퍼니로 10% 저가 수출신고한 뒤 홍콩에서는 중국으로 정상가격으로 수출 또는 밀수출하면서 과세당국을 속였다. 중국에서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 정상가격 상당의 수출대금은 지급했으나 저가 수출차액 857억원을 신고하지 않고 홍콩 비밀계좌에 은닉해 오다 적발돼 범칙금액만 1552억원을 물게 됐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재산도피·자금세탁 등 불법 외환거래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주로 자본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설립이 용이하며 낮은 세금 부과 등 이점이 있는 일명 조세피난처 국가들에 많이 설립된다.


페이퍼컴퍼니들은 정상거래를 가장한 불법외환거래·비자금 조성·주가조작 등의 매개체로 자주 활용되지만 그 식별에 어려움이 있어 조사상 한계가 있다.

관세청은 올해 6월까지 이 같은 페이퍼컴퍼니와 연계된 불법 외환 혐의에 대해 3023억원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집중적인 자료수집과 분석을 통해 페이퍼컴퍼니 악용 불법외환거래 기획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