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강일선 특파원】 항공사와 운송회사 등 대형 에너지 소비업체들은 앞으로 국제유가가 더 하락할 것에 베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대형 소비자는 국제유가가 지난 3월 배럴당 125달러(약 14만5000원)에서 현재 90달러(약 10만4000원)로 30%나 하락했음에도 앞으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북해산 브렌트유는 2010년 12월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석유 소비자들은 최근의 유가 약세가 세계 주요 수요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유로존의 국채위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본격적인 투매의 전조로 분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산유량을 30년 만에 최고치까지 끌어올리면서 국제 유가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수석 경제학자인 파티 비롤은 FT와의 회견에서 "글로벌 경제 악화가 더 지속된다면 국제유가의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형 에너지 소비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지난 2008년 하반기와 유사하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급락세로 반전되며 배럴당 45달러까지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이 이란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를 강화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을 감축할 경우 언제든 국제유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뉴욕의 한 상품금융가는 "아직까지는 유가가 오를 것에 대비한 헤징(위험방지를 위한 투자)이 미미한 상태"라며 "앞으로 배럴당 10달러 더 떨어진다면 일부 소비자들이 구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로라 라이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초 "2·4분기 석유 헤지 물량을 최소한도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은 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에 공헌하고 있다. IEA의 비롤은 유가하락이 소비자들과 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으며 향후 기업들의 수익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운송업체인 페덱스의 마이클 글렌 부사장은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낮은 유가는 분명히 기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역사적으로 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올해 평균가격이 배럴당 114.2달러로 상반기 시세로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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