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호 태풍 '산바'가 17일 한반도 내륙을 통과하면서 침수, 정전, 산사태 피해가 속출했다.
영남 지방의 경우 낙동강·형산강에 홍수경보가 발령됐고 부산과 경남, 전남 해안가 저지대 주민은 불어나는 물을 피해 긴급 대피했다. 경북에서는 산사태로 1명이 숨졌고 제주와 전남, 경남에서는 초중고교가 일제히 문을 닫았다.
■침수 피해 속출
이날 오후 1시25분께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이 파묻혔다. 집 안에 있던 이모씨(53·여)가 매몰됐다가 1시간여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또 오전 10시께 경북 경주시 안강읍 대동리에서 산사태가 발생, 흙더미가 인근 주택과 축사를 덮쳐 일가족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오후 1시15분께 경남 함양군 수동면과 거창군 남상면을 지나는 88고속도로 확장구간에서는 절개지 토사가 쏟아져 승용차, 버스 등 차량 10여대가 한 때 고립됐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 주변 해안도로에서는 바닷물이 30㎝ 가량 차올라 일부 숙박업소와 상가 지하층이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 제주는 북부지역과 산간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려 침수 피해가 9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3시15분께는 제주시 연동에서 하천 범람으로 주택이 침수돼 성인 3명과 아동 6명 등 9명이 119에 의해 구조됐다. 강릉시 경포동 진안상가도 물에 잠겨 50여 개 점포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주택·상가 484동이 침수되거나 파손됐고 이재민은 253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정전 피해도 잇달아 경남 23만가구, 광주·전남 6만1천가구, 울산 2만1000가구 등이 피해를 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에서 50만7174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으나 대부분 복구됐고, 2만6899가구는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태풍이 스쳐간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낙동강 하류 홍수경보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후 4시30분 낙동강 삼랑진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낙동강 하류에 홍수경보가 내려진 것은 2006년 이후 6년 만이다.
통제소는 이어 오후 9시30분을 기해 부산 구포, 경남 진동 지점에도 홍수경보를 내렸다.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은 낙동강 수위의 추이를 지켜보며 범람에 대비해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포항 형산강에서도 오후 4시30분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이날 오후 3시40분에는 금호강 대구 동구 방촌지점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울산 태화강도 오후 1시40분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으나 오후 3시를 기해 해제됐다.
■항공기 잇단 결항
태풍의 영향으로 하늘길과 뱃길이 꽉 막혔다. 제주공항에서는 정오까지 모든 항공기 운항이 통제돼 국내선 113편과 국제선 2편 등 모두 115편이 결항됐다. 김해공항과 광주공항, 울산공항 등에서도 항공기 결항이 잇따랐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5개 여객선 항로와 제주 부속 섬을 연결하는 뱃길 운항도 이틀째 전면 중단됐다. 전남 목포, 여수, 완도 섬 지역을 오가는 50개 항로 80척의 여객선은 전날 오후부터 전면 통제되고 있다.
인천과 섬 지역을 잇는 여객선도 모두 발이 묶였다. 부산-김해 경전철도 강풍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10분까지 운행을 멈췄다.
제주와 전남, 경남지역에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이날 하루 동안 임시휴업을 했다. 전북,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도 휴업이나 단축수업을 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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