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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후보 중도사퇴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 수용 배경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이 31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의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후보 측 진선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통한 국민 참정권 확대에 대해 이러저러한 핑계로 회피하다 못해 제기한 편법임에도 이 법안을 이번 대통령 선거 전에 여야합의로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새누리당이 이정현 공보단장을 통해 공식 제기한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 의사를 밝힌다"고 말했다.

진 대변인은 또 "문 후보는 정당의 이익보다 국민 참정권을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했다"면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법 개정과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을 함께 합의 통과시키는데 진심으로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은 박 후보 측에서 야권의 투표시간 연장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었다. 야권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실현하고 싶으면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도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의 이 같은 제안은 투표시간 연장 요구를 묵살하고 야권 후보 단일화까지 염두에 둔 이중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해석이다.

먼저 문 후보 측에서 수용하기 힘든 전제 조건을 던짐으로써 투표시간 연장 요구를 거부할 만한 논리가 부족했던 상황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다.

만약 문 후보 측에서 받아들이더라도 크게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이 통과되면 대선 후보 등록일(11월25~26일) 이전까지는 야권 단일화에 성공해야 한다. 이 시점을 넘겨 안 후보 쪽으로 단일화해 문 후보가 후보에서 사퇴할 경우 선거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문 후보 측에서 '전격 수용'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 후보 측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요구를 문 후보 측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에 투표시간 연장을 거부할 뚜렷한 명분을 잃게 됐다. 굳이 거부하려면 '재원 100억원이 낭비된다' 혹은 '선관위 직원이 고생한다'는 등 설득력이 부족한 논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거짓말 후보 혹은 정당'이라는 비난 여론도 불을 보듯 뻔하다.

문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에서 패배 선거보조금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정권교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투표시간 연장은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이른바 '살을 내주며 뼈를 취하는 전략'이다.

문 후보 측의 수용은 안 후보 압박용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안 후보 측이 주장하던 '정당 후보', '선거보조금 지원' 등 기득권을 내려놓았으니 단일화 논의 테이블을 서둘러 마련하자는 이야기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