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은 단순히 통장계좌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무인점포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은행과 고객의 접점을 다양화시키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진정한 스마트금융이죠. 고객과의 접점은 크게 대면과 비대면으로 나뉘잖아요. 이제까지 고객이 찾아와야 하는 대면채널을 반대로 고객에게 찾아가도록 만들고, 스마트폰으로 상품 가입을 하지만 영상통화 상담 등 대면으로 고객과 접촉을 하는 거죠."
11월 중으로 서울 강남과 경기도 수원 KT 지점에 브랜치인브랜치(Branch In Brach) 형태로 스마트브랜치를 개점하는 기업은행. 기업은행은 스마트금융의 후발주자다. 다른 은행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스마트브랜치를 앞다퉈 개설했지만 기업은행은 후발주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면서 새로운 것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마트금융의 후발주자로 뛰자고 주장한 사람은 안동규 기업은행 마케팅본부 부행장(사진)이다.
안 부행장은 스마트폰 등 시대변화가 빠르다고 해서 금융도 빨라져야 한다는 기존의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도 비대면채널, 즉 고객이 은행원의 도움 없이 알아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방식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안 부행장은 "금융상품은 은행원 등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이해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알아보려고 누가 집의 평수와 실거래가 등등을 일일이 기록하겠는가"라며 "금융지식은 은행권이 전달해주되 그 방식을 기존과 조금 다르게 하면 고객들의 편의 제공은 물론 콘텐츠 생산까지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기업은행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금융상품을 고른다. 그 상품의 설명을 듣기 위해 상품설명 밑에 있는 영상통화 아이콘을 터치해 작동시킨다. 기업은행 콜센터로 연결돼 상담원의 친절한 상담이 이뤄진다. 고객은 금융상품 가입을 위해 안내받은 가까운 기업은행 지점으로 간다.
또는 예·적금 상품 중 기업은행 애플리케이션이 있는 게임을 접속해 어느 정도 점수를 올리면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기부금 형태로 제공된다.
최근 유행 중인 스마트폰 게임인 '애니팡'처럼 친구에게 하트를 나눠준 개수만큼 저소득층 기부금으로 기부되거나 친구를 게임에 초대하면 우대금리가 적용된다든지,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어린이들에게 게임으로 기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는 것이다.
안 부행장은 "진정한 스마트금융은 비대면 채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아이디어 생산을 위해 스마트금융부는 충북 충주연수원에서 합숙하며 토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상식을 깨고 은행권의 애니팡을 만들어보겠다는 안 부행장. 그가 만드는 기업은행의 스마트금융이 남달리 기대되는 건 왜일까. 아마도 그가 이끄는 마케팅본부 스마트금융부가 선보일 톡톡 튀는 콘텐츠 때문일 것이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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