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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기관 한국 엑소더스] (2) 과도한 규제, 이탈 빌미 제공했나

[외국계 금융기관 한국 엑소더스] (2) 과도한 규제, 이탈 빌미 제공했나

최근 외국계 금융기관의 '탈(脫) 한국' 원인을 놓고 정부의 과도한 금융규제라는 지적과 현지화 실패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의 금융규제 강화가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국 탈출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 자산 매각 추진 움직임이 외국계 금융기관 본사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전략의 연장 선상이지, 결코 우리 정부의 금융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미경 규제가 탈한국 원인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한국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며 규제를 강화하는 등 경직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할당을 부여해 이를 꾸준히 관리 감독하는가하면 금융사의 자율경영 영역인 수수료 및 금리체계 문제까지 과도하게 간섭해 오히려 경영 위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자율 배당도 고유 영역인 만큼 비판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가 심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회공헌 활동의 경우 외국에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이에 대해 정부가 압박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도 "은행들한테 공공성을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이 국내 금융시장의 현실"이라며 "수수료를 언제까지 얼마나 어떻게 내리라는 것을 감독당국이 정해서 은행들에게 통보하는 경우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의 대표적 이자 수익구조와 관계가 밀접한 단기지표금리 체계 개선도 부담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대체할 단기코픽스가 오는 20일 첫 공시 예정이고 대출 및 가산금리 비교공시 강화도 외국계 금융사들에는 부담스러운 규제로 받아들여진다. 가산금리 책정 기준에 대한 개선 요구가 점차 강화되고 금리 책정을 위한 내부통제절차 정비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체계 강화 트렌드에 맞춰 은행 내 소비자보호 조직 및 인력 강화와 설명의무 강화, 금융회사의 입증책임 강화, 과태료 및 과징금 제도 강화 등도 달갑지 않은 규제로 인식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글로벌 장외파생시장(OTC) 규제강화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외국계 금융사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장외파생거래중앙청산소(CCP)를 통해 장외파생상품을 결제토록 해서 신용 디폴트 시 발생하는 손실을 청산소 회원사 간 분담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들에는 새로운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가 되는 반면 외국계의 경우 높은 거래비용 및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시장 이탈 우려를 낳고 있다.

■"탈한국 본사 경영전략일 뿐"

하지만 금융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탈한국 러시는 본사 차원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전략의 하나일 뿐이지 국내 규제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반응이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자기자본 비율 확충 등 본사 자체의 경영 문제 해결을 위한 해외 자산 매각 과정"이라며 "한국 정부 규제 수준을 볼 때 탈한국의 본질적인 원인은 아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세계적인 공통 트렌드인 데다 '볼커룰' 도입의 경우 미국이 더 강한 규제를 하고 있는 등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규제강도가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상훈 박사는 "어느 나라건 유사한 규제가 있다. (한국에서) 너무 쉽게 장사해 이익을 남긴 측면이 있다"며 "저성장, 저금리 등 최근의 금융환경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도 외국에 비해 금융관련 규제가 많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상당수 정책이 금융사의 '건전성' 확보라는 대명제 하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금융사의 영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 아래 금융권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역마진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리스크와 건전성 확보를 위해선 현행 수준의 규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의 시장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들 국가는 해외 금융사들을 유치해서 역외중계금융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적으로 소비자보호 등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미국의 볼커룰처럼 이미 선진국들도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