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관세청 서울세관 직원이 압수한 해외 유명상표 위조 짝퉁 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손쉬운 돈벌이로 짝퉁 판매의 유혹에 걸려든 평범한 가정주부와 골목 상인이 세관에 잇달아 적발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샤넬 등 해외 유명상표를 위조한 가방 등 잡화 2만점, 정품 시가 150억원 어치를 판매한 가정 주부 강모씨(35)를 붙잡아 상표법 위반으로 지난달 20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강씨는 인터넷 공동구매 카페 회원들에게 중국산 짝퉁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가 검거된 건 지난 10월. 세관이 관련 첩보는 입수한건 앞서 6월께다. 세관은 4개월간의 내사끝에 10월 강씨가 서울 양천구 주택가 빌라에 따로 마련해 둔 짝퉁 보관창고를 덮쳐 샤넬 짝퉁 가방 등 2000점을 압수했다. 조사결과 강씨는 7살, 9살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아이들에게 입힐 옷가지에 관심이 많았던 강씨는 2008년부터 유아용품 인터넷 공동구매 카페에서 아동복을 팔기 시작했다. 소일삼아 시작했던 아동복 판매가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워지자 짝퉁으로 눈을 돌렸다. 약 4년간 강씨는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구한 가방·구두 등 중국산 짝퉁 2만점을 팔아 2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장사가 잘되자 올해 2월에는 과감하게 주택가 빌라 한 채를 빌려 보관 창고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판매 대금도 자녀, 친정 어머니, 시어머니의 차명 계좌를 통해 받는 등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졌다. 강씨는 조사과정에서 "무심코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가 욕심에 짝퉁 판매 유혹을 못 이겨 범죄자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무엇보다 아이들 볼 낯이 없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강씨 뿐만 아니라 매장 운영이 어렵자 손님을 끌기 위해 중국산 짝퉁 명품 가방 등을 판매한 동네 옷가게 주인도 적발됐다. 정품 시가 16억원 어치의 루이비통 등 해외 유명상표의 짝퉁을 판매한 의류 매장 주인 권씨(40·여)등 4명도 지난달 22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세관은 이들의 경기 수원·안양 매장과 자택 등 6곳을 덮쳐 보관 중이던 가방, 지갑, 신발, 악세사리 등 짝퉁 600점 정품 시가 12억원 어치를 압수했다. 200점은 이미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용 보세 의류 매장을 운영한 권씨는 손님이 줄자 동대문 시장 인근 노점 등에서 구입한 중국 및 국내산 짝퉁 가방 등을 팔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개당 5~6만원에 구입한 짝퉁 가방은 한 눈에도 가짜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잡했지만, 저렴한 가격의 짝퉁을 찾는 인근 중년 여성 등에게 7~8만원에 판매됐다.
강씨는 조사 과정에서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짝퉁과 함께 옷도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아 손을 떼지 못했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세관 관계자는 "전문 밀수·판매 조직이 아닌 가정 주부와 골목 상인까지 상대적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짝퉁 판매의 유혹에 손쉽게 빠져들었다"며 "한 순간의 실수로 범죄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관은 이들에게 중국산 짝퉁을 공급한 밀수업자를 쫓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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