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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기관 한국 엑소더스] (4·끝) 전문가 진단-문제점과 대응방안

[외국계 금융기관 한국 엑소더스] (4·끝) 전문가 진단-문제점과 대응방안

최근 외국계 금융기업들의 한국 탈출로 금융권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앞으로도 '탈한국'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금융당국과 국내 외국계은행, 금융연구기관 관계자들과의 지상 좌담회를 통해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탈한국'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금융당국과 국내 은행은 국내외 영업환경 악화 등으로 실적이 부진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일시적으로 떠나는 것이며 새로운 성장동력, 모티브만 생기면 다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기업들은 유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외국계 금융기업들의 한국 철수가 일부 사업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추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금융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을 떠나면서 '동북아 금융허브' 청사진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장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장기 전략에 따라 시간을 가지고 단계별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외국계 금융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충분한 유인책이 없다면 한국 진출이 어렵다고 밝혀 규제완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좌담회에는 금융감독원 양현근 은행감독국장, 우리은행 김병효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한국씨티은행 전희수 WM(개인자산관리)사업본부 부행장, 한국금융연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 외국계 금융기업 임원들이 참여했다. 외국계 금융기업 임원들은 익명을 요구함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외국계 금융기관 한국 엑소더스] (4·끝) 전문가 진단-문제점과 대응방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외국계 금융기업의 '탈한국'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될 것으로 보는가.

▲외국계=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단 현재 외국계 금융기업이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일부 사업에 국한됐기 때문에 향후 대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양 국장=향후 외국계 금융회사의 철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부 외국계 회사가 철수하는 것만으로 '탈한국' 현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로선 국내외 영업환경 악화 등으로 실적이 부진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국내 영업 규모를 일시적으로 다운사이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김 부행장=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게 맞다. 두 번의 금융 및 재정위기는 금융산업의 위축을 초래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 및 모티브만 생기면 얼마든지 재진출 하거나 신규 진출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부 외국 금융기업 철수는 자체 구조조정의 일환이며 추세적 패턴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한국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외국계=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게 근본 이유지만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외국계 금융기관의 경우 한국의 규제와 본사가 있는 국가의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해 규제 강도가 심하다고 느낀다.

▲김 연구위원=외국 금융기업으로선 결코 한국이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완전히 무시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에는 아까운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한국에 진출해 보니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닌데다 수익성 면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분야에 대해 본사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시장 철수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외국계 금융기업들은 한국의 과도한 규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데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외국계=한국이 사실 규제가 적은 편은 아니다. 글로벌 환경에 맞게 (규제를) 개선시켜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양 국장=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부실방지 및 금융시장 안정성 제고를 위해 세계적으로 금융 부문 규제는 강화됐다. 우리나라도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 중심으로 규제를 일부 강화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국내 금융회사와 동일하게 규제.감독하며, 특별히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규제.감독하고 있지 않다. 만일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와 감독이 있다면 이를 적극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감독당국과 외국계 금융회사 간 의사소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외국계 금융기업의 '먹튀' '비올 때 우산뺏기' '과도한 배당' 등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보나.

▲외국계=외국계라고 해서 무조건 배타적으로 보는 정서가 사실 힘든 면이 있다. 고배당 등 일부 사실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반적인 배당도 외국계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경향이 있다.

▲전 부행장=최근 5년간 시중은행별 배당성향을 보면 씨티은행이 14.0%로 다른 시중은행(18~73%)보다 낮다. 씨티은행은 지난 1967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한국의 경제위기 때마다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말 오일 쇼크 당시 해외에서 2억달러의 금융 지원을 이끌어냈으며, 1998년 IMF 위기 당시에는 240억달러의 대외 부채 상환 연장에 기여했다.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청사진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외국계=현재 아시아권에선 싱가포르 등이 유망한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이머징마켓의 상황은 긍정적인 편이다.

▲양 국장=최근 일부 외국 금융회사의 철수 사례를 가지고 금융중심지(금융허브) 육성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금융중심지 육성은 장기간의 정책적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단기간에 그 성과를 판단하기는 곤란하다. 홍콩.싱가포르의 경우 오랜 기간 정부 등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발전해 나간 것이다.

▲김 연구위원=금융이 발달한 홍콩은 몇 백년이라는 유구한 금융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로 긴 시간 역외 무역항으로 발전해왔다. 결코 한국이나 서울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낮지 않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동북아 금융허브로 인식되고 있다.

―새 정부가 '탈한국'을 막고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부문은 무엇이라고 보나.

▲외국계=글로벌 시장환경에 맞는 금융시장 여건이 필요하다. 정부가 청사진을 제시하고 막상 외국계 금융기관이 진출할 만한 매력이 없다면 한국 진출이 어려울 것이다.

▲양 국장=그동안 정부는 성공적인 금융중심지 조성을 위해 제도개선, 경영환경 및 생활환경 개선 등 다각적인 정책을 실시했고 외국 금융회사의 국내 유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금융중심지 조성은 장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장기 전략에 따라 시간을 가지고 단계별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 부행장=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은 지속적인 정책 추진과 인프라 완성에 따라 좌우된다. 기본적으로 외국계 금융기업을 끌어들여야 하며 이를 위해선 매력적인 금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불필요한 금융 규제는 해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투자의 원활한 사이클링, 조세정책, 인적·물적 인프라 구성 등 정책적 고려와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정부 차원의 글로벌 전략이다. 핵심은 현지기반과 범세계적인 결합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세계적으로 통합된 기업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글로벌 동질성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리=hjkim@fnnews.com 김홍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