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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이후 금화 매입 투자자 급증

【 로스앤젤레스=강일선 특파원】 미국의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지난달 대선 이후 금화를 매입하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금화 중의 하나인 아메리칸 이글스를 제조하는 미국 조폐국의 지난달 판매량은 131%나 급증하며 2년 만에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미국에서도 많이 팔리는 단풍잎(메이플 립) 금화를 주조하는 로얄 캐나다 조폐국도 12월 중 금화 판매량이 올들어 최고 수준을 보였다.

미국 최대 금화 거래회사 중의 하나인 딜론 게이지의 테리 핸론 사장은 "선거가 끝난 뒤 이틀새에 금화 판매가 갑자기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향후 경제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으며 이들은 선거를 통해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란 절망감 속에 금화 매입에 열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핸론 사장은 딜론 게이지의 11월중 금화 판매량이 투자자들의 수요폭주로 전달에 비해 무려 32%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화는 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판매가 급증했다는 것은 향후 경제를 불안해하는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투자수단이 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워싱턴 정가의 교착과 올해말로 끝나는 양적완화조치를 내년에 가서 다시 연장할 것이란 전망은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 귀금속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대형 은행의 귀금속 담당 책임자는 "이들은 더이상 미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

시카고에서 한 보석상을 운영하고 있는 토비나 칸은 "오바마 대통령은 내게 여러 면에서 큰 도움이 됐다"며 "사람들은 좋아서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귀금속을 사고 있으며 그들의 재산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 투자자들이 금화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상품시장에서는 금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금 선물 근월물은 31.1g(온스)당 1685달러에 거래돼 한달여 만에 가장 낮은 시세를 나타냈다.

금화 소매판매업자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미국 조폐국이 2013년도 새 금화를 주조하기 전에 2012년 금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금화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금값이 내년 중에 절정에 달했다가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 은행은 내년 금 평균시세는 온스당 18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전에 내놓았던 전망치 온스당 1940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ki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