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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둘러싼 미·중·일·러 새 리더십] (3) 박근혜와 블라디미르 푸틴

[한반도 둘러싼 미·중·일·러 새 리더십] (3) 박근혜와 블라디미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한민국 최초의 '마담 프레지던트'가 이끄는 박근혜 정부에선 러시아와 더욱 돈독한 유대 관계를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담 프레지던트란 여성대통령 혹은 총리와 같은 여성 지도자를 공식적으로 칭하는 말이다.

부드러운 여성적 리더십 및 오랜 정치 경험 등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서의 자질을 바탕으로 한 '안보 리더십'은 선거 유세 당시부터 박 당선인이 자신 있게 내세운 카드였기 때문. 박 당선인은 직전 정권에 비해 유화적인 대북정책과 더불어 한반도를 둘러싼 인접국들과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안보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차기 정부의 등장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차기 정부는 천안함 사태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대북 관계와 최근 글로벌 권력 지형에 일어난 거대한 지각변동과 맞물려 등장했다. 미·중·러·일 등 한반도 주변 4강국의 리더십이 전격 교체된 지금이야말로 동북아시아의 격랑을 잠재울 '안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특히 최근 들어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의 위협 수위가 부쩍 높아지면서 차기 정부의 러시아 포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모양새다. 러시아가 미국과 같은 최대 우방국은 아니지만 북한의 우방국이란 점에서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균형추로서 활용가치는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를 통한 차기 정부의 '피스 메이킹'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동북아 평화가 '남의 일'일 수 없는 건 러시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 과거와 달리 거센 반대 여론 가운데 가까스로 대통령직에 복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안정적인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불필요한 도발을 자제하고 6자 회담 재개를 추진할 것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 비영리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월 국제 평화를 중시하고 있다며 북한에 이를 위협하는 도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평화를 거스르는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6자 회담 재개에 힘써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런가 하면 푸틴 정부는 최근 박 당선인의 당선 소식이 발표된 직후엔 "한국과의 관계는 경제 및 교류 등으로 두터울뿐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라도 긴밀한 협력이 불가피하다"며 "또 협력 범위 확대를 위해 박 당선인과 적극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치 이념이 달라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러시아측에서부터 동북아 평화를 아쉬워 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극동 지역 개발이든 송유관 구축 협상이든 '동북아 에너지 그리드 구축'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로 돈 좀 벌어보겠다는 구상은 결국 남북한과의 평화적 관계가 전제돼야만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한국에 전력망 연결 사업을 재개하고 자국산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를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수출하겠다는 게 이 사업 프로젝트의 골자다.

러시아 정부가 북한을 회유, 국제 평화에 기여한 대가로 중국, 일본, 한국 등 인접국들을 에너지 수출시장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반면 북한을 어르고 달래는 데 실패해 동북아에 균열과 갈등이 생겨나면 러시아는 아무것도 챙길 수 없게 된다. 거센 반대 여론에도 가까스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게 과거 '경제 대통령'에 대한 향수였던 만큼 푸틴 정부로선 경제적 성과가 절박한 상황이다.

러시아산 PNG 수출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는 특히 대북 강경노선의 현 정부에서 탄력을 잃은 것으로 향후 차기 정부와의 논의에선 재점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 정부와 같은 보수 성향을 띤다 해도 차기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비교적 유화적인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근거다.

한국산 직물 및 원단을 수입하는 러시아 업체 렌타 LLC의 드미트리 아펜티얀 이사는 최근 코트라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는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해 동북아 지역의 안정화를 희망"하고 있으며 "박 당선인의 대북노선도 이전 정권보다 유연할 것으로 예상돼 러시아의 국익에 합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전망에 변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북정책 노선이나 현재 주변국 상황 등 차기 정부가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데 이전 정권에 비해 유리한 것은 명백하지만 그것만으론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진 않기 때문이다. 유화적인 대북정책 및 주변국들과의 신뢰에 기초한 안보 리더십을 표방하는 것과 동북아 '피스 메이킹'의 현실화 여부는 별개다.

실제로도 부드럽고 온화한 여성 리더로서 동북아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박 당선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서 박 당선인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 지형도가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가운데 지난 19일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택했던 48%부터 끌어안아야 한다.

이들 48%가 보내는 불신과 우려의 시선부터 거둬들여야 나라 밖 인접국가들과 신뢰를 구축, 안보 리더십을 이룩하겠다는 발상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 첫 여성 지도자로서 박 당선인이 세상을 감싸는 부드러운 힘으로 나라 안팎의 평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 여부는 더 지켜볼 일이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김문희 박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