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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대 2억원 뜯어낸 ‘진짜 정여사’

멀쩡한 제품이 고장이 났다거나 콜센터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기업으로부터 500여차례에 걸쳐 2억69만원을 뜯어낸 '악덕 소비자(블랙 컨슈머)'가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문찬석 부장검사)는 상습사기와 공갈, 폭행 등의 혐의로 이모씨(56)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유명 가전업체, 통신사 본사와 고객센터를 돌며 "제품에 문제가 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내고 "고객센터 직원들이 불친절하다"며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폭행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돈을 뜯어낸 사례 가운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발광다이오드(LED) TV의 화면이 깨졌다며 625만원을 받아낸 것을 비롯해 고객센터에 수리를 맡긴 개인휴대용단말기(PDA)폰에 저장된 자료가 사라졌다며 597만원을 뜯어내는 등 2006년 2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253차례에 이른다.

지난해 1월에는 한 이동통신사가 '모바일 백신' 사용을 권장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이를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하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쇠몽둥이와 염산병을 들고 직접 본사를 찾아가 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가 이와 같은 수법으로 서울과 수원, 안양의 전자회사와 통신회사 고객센터를 찾아가 행패를 부린 사례만 215차례에 달한다.


그때마다 이씨는 "인터넷에 유포하겠다. 회사 최고경영진을 찾아가겠다"고 위협했고 업체 측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인터넷을 통해 사실이 잘못 알려질 경우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해 이씨의 요구를 들어줬다.

한편 검찰은 이씨가 "1000만원을 빌려주면 선물에 투자해 매월 100만원을 이자로 주겠다"고 속여 김모씨에게서 95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함께 적발해 기소했다.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