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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HIGH KOREA] 미얀마, 20년 전 베트남 상황과 비슷..“지금이 기회”

[2013 HIGH KOREA] 미얀마, 20년 전 베트남 상황과 비슷..“지금이 기회”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고 있는 미얀마 양곤 시내 모습. 멀리 삼성전자의 광고판이 보인다.

【 양곤(미얀마)=박지훈 기자】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 서류가방에 정장, 한눈에도 사업차 출장을 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구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미얀마 양곤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나선 것. 몇몇 사람이 이색 여행지로 찾던 미얀마를 새로운 비즈니스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취항한 인천~양곤 노선은 대한항공의 대표적인 '대박' 노선으로 미얀마에 대한 열기를 보여준다. 이날 탑승권 발급업무를 하던 대한항공 직원은 "2012년 취항한 노선 중 가장 성공한 노선"이라며 "주 4회 운항에서 주 5회 그리고 매일 운항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사람이 붐빈다"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는 앞다퉈 달려가 깃발을 꽂고 땅을 차지하던 옛 미국 서부개척 시대를 떠올린다. 군사 쿠데타에 이은 군부 독재, 민주화 탄압,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한 고립 등으로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미얀마가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옛 이름 '버마'에서 바뀐 국명인 '미얀마'는 현지어로 '빠르고 강하다'는 뜻이다. 인권탄압 국가,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쯤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던 미얀마는 강력한 경제 파트너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2013 HIGH KOREA] 미얀마, 20년 전 베트남 상황과 비슷..“지금이 기회”

■미얀마 투자열기, 과열 양상마저

지난해 3월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민주화와 경제개방 선언을 하자 국제사회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8개월 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전격 방문하면서 미얀마는 '황금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통해 미얀마 개혁·개방은 큰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양곤을 향하는 비행기는 시장조사를 나서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고 양곤 시내 호텔은 전에 없던 특수를 맞으며 방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미얀마 개발 붐은 공항뿐만 아니라 양곤 시내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주택 부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현지 주재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 2년간 근무한 대사관 직원은 "현재 양곤 시내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2~3배 이상 뛰었다"며 "이곳에 몇 년간 거주한 주재원들이 집세 때문에 이전에 거주하던 시내에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미얀마의 경제적 가치는 인구, 위치, 자원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얀마 인구는 6240만명으로 70%는 버마족, 나머지 30%는 소수민족이다. 지리적으로는 중국, 태국, 인도 등과 국경을 접해 아시아의 동서 연결축에 있다. 게다가 긴 해안선은 인도양과 바로 연결돼 무역에 탁월한 지리적 요건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또 원유, 천연가스, 석탄, 철광석 등 풍부한 지하자원도 미얀마의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사업을 한 경험이 있는 현지 교민들이 미얀마 시장조사에 나섰다. 조사에서 교민들은 이구동성으로 "20년 전 베트남의 상황과 비슷하다. 지금이 기회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창현 코트라(KOTRA) 본부장은 "미얀마는 가스, 석유 등 자원과 함께 인도양과 통하고 인도차이나와 연결돼 그 가치가 크다"며 "미얀마가 신흥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가 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성공한 경제개발 경험'

현재 전 세계 자본 중 일본, 중국 등 인접한 동북아 경제대국의 미얀마 진출이 활발하다. 일본은 미얀마 민주화를 계기로 현지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기업 중에는 히타치 등이 인프라 관련사업에 진출했고, 양곤 도시개발 30년 계획은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경제제재가 계획된 동안 미얀마와 정치·경제 분야에서 협력해 미얀마 진출에 가장 앞서 있다. 중국은 인도양 진출을 위해 미얀마 서남부 틸라와 공업개발구 조성, 쿤밍-~얀마 짜욱표 간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윈난성~짜욱표 간 고속도로, 만달레이~중국 국경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인들은 K-팝(pop), 드라마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상당히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용 주미얀마대사는 "10년 전부터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가 들어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한국은 몰라도 극중 주인공인 '은서, 준서'는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얀마 시장을 두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화콘텐츠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최빈국에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경제개발 경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의 경제개발 경험이 미얀마에 "우리도 한국처럼 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된다는 것이다.

제승호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에너지담당 서기관은 "미얀마가 우리의 농촌 개발에 관심이 많아 보건의료, 영농기계화 등 관련사업과 전기 공급을 위한 태양광발전사업도 유망하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집약적 산업도 전망이 좋다"고 설명했다. 제 서기관은 "글로벌 자본과 경쟁하기 위해 조선, 발전, 정보기술(IT)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천연가스, 광물자원 등 개발분야와 함께 전기·통신·교통 등 경제 개발에 필요한 기본적 인프라도 부족해 대기업은 이 분야 진출 전망도 밝다.


우 ? 흘라잉 주한 미얀마대사는 "한국은 자본과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고 경쟁력이 뛰어나 한국의 투자가 양국 협력관계를 증진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투자는 양국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정우진 외교통상부 동남아과장은 "미얀마가 진짜 원하는 것은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경제개발 노하우 전수"라며 "미시적으로 정말 필요한 것이 뭔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게 우리만의 경쟁력"이라고 조언했다.

lionki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