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의 전 현장소장 등이 '본사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성한다'고 속여 하청업체의 공사비를 부풀린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 건설사는 이 사건이 불거지자 수사 진행과 별도로 '윤리경영'을 위한 경영진단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대형건설사 건축사업부 전 현장소장 이모씨(57)는 지난 2010년 2월부터 같은 해 5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하청업체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배임)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대구의 한 기업 사옥 신축공사에서 하청업체 대표 A씨에게 공사대금을 부풀려 청구하도록 한 뒤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금품을 챙겼으며 이 과정에서 '본사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성한다'고 하청업체 대표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수억원대의 공사대금을 개인 노후자금 조성을 위해 사용했으며 본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씨의 부하직원 강모씨(45)는 이씨가 착복한 공사대금 중 50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공사대금을 과다 책정한 하청업체에 발각됐으며 하청업체 대표 A씨는 이 같은 약점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이씨가 가로챈 5억원에 대한 반환을 요구, 이씨는 결국 지난 2011년 6월 전액 반환했다는 것이다.
이씨와 강씨는 경찰조사 이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해당 건설사는 이들을 대기발령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인사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본사와 무관한 개인적인 사건이고, 회사의 신뢰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수사 진행과 별도로 경영진단까지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 중"이라며 "수사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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