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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재원,지하경제 양성화로] (1) 최대 GDP의 27.6%.. 정확한 실체 누구도 몰라

'지하경제(black economy)'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제활동,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돈을 말한다.

2011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김제 마늘밭에서 파낸 110억원 돈뭉치 사건은 지하경제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불법 사채, 비자금, 뇌물, 마약거래, 매춘 등 그야말로 어둠의 세계에 속하는 것들이 모두 지하경제에 속한다. 심지어 신고하지 않은 과외활동, 10%할인을 미끼로 카드가 아닌 현금거래를 유도한 뒤 소득신고에서 누락하는 병원이나 가게 들도 엄연히 세수를 지하로 유출시키는 불법적 행위다. 한마디로 정부로 가는 신고배관 중 일부가 땅속 지하로 새는 돈을 지하경제라고 파악하면 된다. 조세전문가들은 2009년 6월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된 후 한때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돈이 대부분 지하경제에 흘러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기습적으로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던 것도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도 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는 돈은 자연히 국내총생산(GDP)에 잡히지 않고, 다른 말로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는 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길 수도 없고, 불법적으로 악용될 수 있어 한 나라의 경제를 좀먹게 된다.

그렇다면 지하경제 규모는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오스트리아 린츠대(요하네스케플러대)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는 우리나라 지하경제(2004~2005년 기준)가 GDP의 27.6%(228조원)로 미국(7.9%) 일본(8.8%) 영국(10.3) 등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현금 사용 비중이 높고, 고소득층의 납세의식이 낮다는 이유다. 같은 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노기성 박사팀은 22%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후 2010년 한국조세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17~19%로 추정했다. 카드사용 비중 증가와 과세인프라 확충 등으로 상당부분 양성화됐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그 실체에 다가갈수록 정확히 어느 규모인지 모른다는 게 세정당국과 지하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의 고백이다. 사실상 고무줄 추정이다.

지난해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을 준비하면서 국내 지하경제 규모가 372조원이라고 공개했다.
이제까지 제시된 추정치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지하경제를 양성화만 해도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할 것이란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력하게 지하경제 양성화를 과제로 내걸고 있는 만큼 그전에 비해 그 실체에 한발 다가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세정당국에 일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