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개인이 취득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은행에 외화형태로 예치하는 거주자외화예금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최근 환율 급변동으로 환차손을 우려한 기업들이 달러를 매도한 데다가 연초 수입이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한국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현황'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외화예금 잔액은 325억1000만달러로 전월 말(360억3000만달러)보다 35억2000만달러(9.8%) 감소했다.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393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3개월째 줄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이 전월 말(338억7000만달러) 보다 33억4000억원 줄어든 305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은지점(19억8000만달러)은 전월 말(21억6000만달러)에 비해 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주체별로는 기업 예금이 전월의 320억4000만달러에서 지난달에는 287억1000만달러로 33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개인 외화예금은 39억9000만달러에서 38억달러로 줄었다.
이같이 외화예금이 급감한 것은 원ㆍ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컸던 탓으로 풀이된다. 전체 외화예금 가운데 미달러화는 263억5000만달러로 전월(296억8000만달러)보다 33억3000만달러 급감했다. 환차손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달러를 내다 팔았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미국 경기회복, 일본의 양적완화 영향 등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지난달 15일에는 1054.70원까지 떨어지면서 1050대가 무너지는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다 외환당국의 규제 가능성과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며 지난 1일 1097.40원까지 오르며 110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특히 일간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에는 19원 급등했다가 다음날에는 11원 급락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월 중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080원대로 반등하는 과정에서 환차손을 줄이려는 물량이나 환차익을 보려는 물량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여기에 1월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난 것도 외화예금 급감에 영향을 줬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예금 입출금이 많은 기업을 조사했더니 수입결제자금 인출 규모가 수출대금 입금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상승하며 전날에 비해 0.2원 오른 1088.3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 1090.9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1090원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매도)이 나오며 상승폭을 줄였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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