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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건전성 3종세트+토빈세 ‘급물살’… 엔低와 ‘전면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환율 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함에 따라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게 됐다. 일본 정부의 인위적인 엔화가치 하락으로 촉발된 글로벌 환율 전쟁에서 그동안 우리 정부는 공세적인 외환정책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방안으로는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인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에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외환시장 안정 적극 나설 듯

박 당선인의 환율 발언에 앞서 이날 한국은행은 엔저를 이용한 투기세력들에 대해 경고하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재계가 화폐전쟁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시장의 환율 변동성을 이용해 투기하는 것은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환율은 시장의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맞지만 투기 목적에 의해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며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투기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막아야 한다"고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한은까지 나선 이유는 지난 주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정책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부터다. G20 회의를 계기로 엔화 약세가 두드러질 경우 엔저에 베팅하는 엔·원 크로스 거래가 확산될 여지가 있다. 이럴 경우 엔저가 심화되는 반면 원화는 강세를 보여 엔·원 환율의 낙폭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날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최희남 국제금융협력국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는 발전된 내용이 담겼고, 환율을 언급하고 있고, 엔저를 용인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데도 (시장에선) 너무 한쪽의 얘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타격·금융시장 혼란 우려

박 당선인과 관계부처가 선제적인 외환정책을 주문하는 이유는 투기세력으로 인해 엔저·원고가 심화될 경우 수출타격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13일 발표한 '원고·엔저 현상이 우리나라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선출 이후 시작된 '엔저·원고'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이 각각 최대 10.97%와 10.67%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은 "엔화가 1% 절하되면 우리 수출이 7개월 후 최대 0.73% 감소했다"며 "엔화 약세로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 경쟁력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엔저·원고로 인한 외국자본 유출 우려도 있다. 비키 슈메르처 스페셜리스트는 "한국의 경우에는 원·달러 환율 1100원선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양적완화를 통한 엔저현상을 계속 묵인할 가능성이 있어 이 같은 우려는 커지고 있다.

■토빈세 도입, 금리인하 가능성

이에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단기대책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다. 특히 외환거래세, 채권거래세 등 외환규제조치가 새로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로 시작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기업과 역외선물환(NDF)시장에 대한 투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와 적용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다. 추가조치로는 선물환 포지션 선정 때 NDF 거래분에 대한 가중치 부과, 외환건전성 부담금제도 강화 등이 꼽힌다. 이른바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강화하는 것이다.

토빈세가 도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가 토빈세 도입에 아직은 신중한 편이지만 일본 등 주요국이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지속한다면 시장 방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현오석-조원동으로 구성된 신정부의 경제팀이 외환시장을 중요 정책수단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는 조세연구원장 시절에 변형된 형태의 토빈세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토빈세가 단기 외환거래에 일괄적으로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라면 변형된 토빈세인 스판세(Spahn Tax)는 평시에는 낮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다가 단기 투기성 자본으로 보이는 거래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조 내정자는 나아가 평시에 영세율로 하다가 위기시에만 일정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한다.

또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경기를 진작시키며,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3중 효과를 노리고 통화당국이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