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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옆 건물 피해 입혔다면 실화자 배상책임”

“화재로 옆 건물 피해 입혔다면 실화자 배상책임”

뜻하지 않게 발생한 화재로 옆 건물이 피해를 봤다면 법적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얼핏 생각할 때 고의성이 없다면 면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은 실수로 인한 화재(실화)라도 원칙적으로 실화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따라서 건조한 봄철 화재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실수로 인한 화재 피해 책임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모씨(63)는 지난 2008년 자신이 운영하던 가구전시장 건물의 전기시설 유지.관리상 문제에 따른 합선 및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 건물 전체를 태우고 옆 건물까지 번졌다. 그런데 옆 건물과 화재보험계약을 한 LIG손해보험은 보험금 1억5000여만원을 옆 건물 주인에게 지급하고 실수로 불을 낸 김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1.2심은 "옆 건물 화재는 김씨의 직접적인 고의.과실로 인한 게 아니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김씨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접 건물로 불길이 옮아붙어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김씨 건물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었고 그 하자와 인접 회사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김씨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9년 5월 개정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실화책임법)의 취지에 따른 판결로 화재 가해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넓게 본 것이다. 앞서 지난 2007년 8월 헌법재판소는 옆 공장의 화재로 피해를 본 공장주가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경과실 실화자는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한 '옛 실화책임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법이 개정됐다. 개정법은 경미한 실화(실수로 낸 불)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이웃집까지 불이 번졌다면 실화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했다.

다만 구체적인 배상액은 △화재 원인과 규모 △피해 확대 방지를 위한 실화자의 노력 △배상의무자 및 피해자의 경제 상태 등 정상을 참작해 법원이 경감할 수 있도록 했다.

■진화수 피해는 경감 안 돼

하지만 법원은 화재 진압을 위해 사용된 물(진화수)로 인근 건물에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실화자가 손해액을 감액받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서울고법 민사5부는 롯데쇼핑이 "화재 진압 시 진화수가 자사가 운영하는 롯데슈퍼에 흘러내려 피해를 입었다"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롯데쇼핑에 6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구의 모 상가 2층에서 영업하던 뷔페업체 D사가 주방에서 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뿌린 진화수가 아래층에 있던 롯데슈퍼에 흘러들어 식품과 영업시설 등이 피해를 보자 D사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삼성화재 측은 "롯데 측의 손해는 실화책임법상 '연소(延燒·불이 인근으로 번짐)'에 해당하고 D사도 큰 손해를 입은 점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감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진화수로 인한 손해가 화재로 인한 간접적 손해라는 점에서 연소와 비슷한 측면이 있더라도 피해 확대 경위와 그 범위 등에 있어 연소와는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며 "실화책임법상 연소로만 한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액 경감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