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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간 많은 정치인들/정지원 뉴욕특파원

[월드리포트] 시간 많은 정치인들/정지원 뉴욕특파원

요즘 한국에서 담뱃값 인상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쟁점의 핵심은 법안의 가격인상 폭이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담뱃값은 가입 국가 중 가장 싸고 흡연율은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현재 대한민국 남성들의 흡연율은 거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각 주 또는 시가 적용하는 세금이 따로 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담뱃값이 다르다.

뉴욕시의 경우 현재 담배 한 갑 가격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13달러(약 1만4400원)이다.

뉴욕시 담뱃값이 비싼 이유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이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줄이고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담배 품목에 대한 세금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뉴욕시 모든 식당 내 금연은 블룸버그 시장 취임 이후 도입된 정책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 시민들의 건강을 필요 이상으로 챙기는 정치인이다. 그는 담배뿐만 아니라 비만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블룸버그는 비만 퇴치를 위한 식품 관련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16온스(약 470mL) 이상 크기의 탄산음료를 식당과 패스트푸드 체인점, 극장, 경기장 등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해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안은 지난 12일부터 뉴욕시에서 일제히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를 "독단적이고(arbitrary) 변덕스러운(capricious) 정부의 조치"라고 해석한 뉴욕주 법원 판사의 결정으로 일단 시행이 금지된 상태다.

블룸버그 시장은 판결이 내려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본인은 뉴욕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 뒤 "미국에서 비만으로 인해 매년 7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그중 5000명은 뉴욕에 살고 있다"며 항소의 뜻을 표명했다.

뉴욕시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 금지에 대해 대부분의 뉴욕 시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시민들은 "시장이 비만 문제에 우려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시민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라는 입장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흡연과 비만이 사람들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의사가 아니다.

담배나 술, 탄산음료 판매 자체가 합법적인 이상, 국민과 시민들의 건강은 각자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만약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 법안의 진정한 취지라면 담배 및 탄산음료 구매 연령을 높이면 된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건강을 구실로 담뱃값을 터무니없이 대폭 인상하고 탄산음료의 용량을 규제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판단과 생각을 무시하는, 그야말로 독단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세상에는 이보다 훨씬 더 비합리적인 정치인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독재주의에서 존재하고 있다.

국민과 시민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할 일은 참으로 많다. 경제 끌어올리기, 범죄처벌 강화, 빈곤아동 지원 프로그램 증가,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 개선 등등….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참으로 시간이 남아도는 정치인들이 많은 것 같다.

jjung7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