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농협 전산사고, CEO에도 책임 묻겠다"

금융당국이 최근 농협은행 등 농협 금융 계열사의 전산사고와 관련, 과실 정도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안에 따라서는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물론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까지도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수봉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11일 "지난달 27일 농협은행 및 농협생·손보에 대해 전산사고 발생과 관련한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해 강도 높은 현장검사를 실시 중"이라며 "여기에 지난 3일부터 농협중앙회도 검사 대상에 포함했는데 검사 결과 문제가 있다면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에 대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감독권한이 있기 때문에 검사는 할 수 있지만 제재권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사 결과 문제점이 있으면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제도개선 및 관련자 책임을 요구할 계획이다.

책임 소재에 따라서는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물론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까지도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 전산사고 대책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올해부터 전산사고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경중에 따라 관련자는 물론 최고경영자(CEO)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제재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011년 12월에 이미 전산사고 발생 시 실무자와 동일한 수준의 제재를 CEO도 받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며 "그동안 적용된 사례가 없었지만 앞으로 위규사항이 발생하게 되면 CEO에 대해서도 감경 없이 동일한 규제를 내린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농협이 빈번하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기형적인 정보기술(IT )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가 분리됐지만 금융부문의 IT를 여전히 중앙회가 담당하고 있어 효과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보는 "농협금융지주 및 산하 자회사의 전산시스템은 현재 농협중앙회의 IT 부문이 담당하고 있어 IT 업무처리 및 보안통제 부문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며 "2015년 2월까지 예정대로 전산시스템 전환을 완료하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필요 시 전산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산장애 개선대책의 수립 및 이행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및 사후관리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농협은행 및 농협생명·손해보험의 전산망은 지난달 20일 악성코드에 감염돼 한동안 마비됐다. 지난 10일에는 농협은행과 농협생·손보 인터넷뱅킹이 오후 6시20분부터 9시45분까지 3시간25분간 중단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