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제 개편의 일환으로 '금융감독 독립성'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오는 6월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키로 한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 정책·감독 기능의 분리'와 '인사권 분산'을 통해 금융감독 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 의원이 발의할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이중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번 법안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의 핵심은 금융감독위원회(9명)의 부활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8년 이전 모델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현재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는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다시 기획재정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전 모델과의 차이점은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 2명에 대한 국회추천권(여야 한명씩)을 보장, 금융 감독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7명으로 구성되는 금융소비자위원회를 금감위 직속 회의체로 신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실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한 고동원 은행법학회 회장은 "금융감독체계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금융감독의 독립성"이라며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금융감독체제 개편과 관련한 법안 3개가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기준, 정호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주요 내용도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고 지난해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금융감독기능을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보호 기능으로 나눈다는 이른바 '쌍봉제 도입'이 골자다.
민 의원의 법안이 발의되면 금융감독체제 개편과 관련된 법안 가운데 정부법안을 제외한 의원법안 3개 모두가 금융감독의 독립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정부 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인 '금융감독체제 개편 태스크포스(TF)'는 금융 정책·감독 기능 분리 등과 같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안이 언급되는 상황에 대해 다소 불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TF 핵심 관계자는 "5월 말쯤에야 정부안의 큰 방향이 잡힐 것"이라며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얘기되고 있는 방안들도 검토를 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면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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