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북극개발을 주도하는 북극이사회로부터 '정식옵서버' 지위를 획득하면서 거대한 자원의 보고이자 미지의 땅 북극에 한걸음 다가섰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북극권 개발 경쟁에 동참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15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제8차 각료회의에서 한국·중국·일본·인도·싱가포르·이탈리아 등 6개국이 회원국 만장일치 지지로 정식옵서버 지위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임시옵서버 획득 이후 5년 만의 쾌거다.
■정식옵서버 지위란
이번 영구적인 정식옵서버 지위 회득으로 우리나라는 향후 북극이사회 내 북극해양 환경보호, 지속가능개발 등 6개 작업반에 자동으로 초청된다. 또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각종 규범정립과 북극항로 및 북극자원개발, 환경보호 등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북극 개발 관련 프로젝트도 적극 제안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임시옵서버 지위에선 북극이사회에서 불러줄 경우에나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으며, 회의장 뒤쪽에 앉아 발언권 없이 관전하는 수준이었다.
현재 북극이사회는 캐나다, 미국,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러시아, 노르웨이 등 8개국이 정회원국으로 의결권을 가지고 북극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8개국 회원국은 일부 국가들에만 임시옵서버, 정식옵서버 등의 지위를 부여, 북극 연구개발 작업에 참여시키고 있다.
■북극항로 열리나
우리나라가 정식옵서버 지위 획득에 공을 들인건 북극항로 개발과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 기회, 극지용 플랜트 수주 등의 복합적인 계산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식옵서버 지위 획득으로 북극항로 개척, 북극 환경 연구에 한층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북극에는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4분의 1 규모인 900억배럴가량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가스도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가량(45%)인 440억배럴이 북극에 매장된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각국이 북극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큼 북극이사회는 자원개발과 관련된 개발원칙·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식옵서버 지위를 통해 이 같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운항거리 단축으로 전 세계 해상운송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북극항로 개발도 북극이사회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기존 24일이 걸리는 구주노선(부산항~로테르담항)운항시간이 14일로 단축된다.
현재 북극항로는 북극이사회의 이용 제약이라기 보다는 빙하라는 자연조건, 쇄빙기술 문제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상업용 선박이 빙하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 등 일부 구간에서 해당 국가 쇄빙선(얼음을 깨는 선박)의 안내를 받거나 쇄빙 기능이 부착된 고가의 극지용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지구엔 불행한 일이지만 기후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 그제서야 경제성 높은 북극항로가 자연 열리게 된다.
■북극이사회 가입 외교전
외교부는 이번 북극이사회 정식옵서버 지위 획득이 박근혜정부가 유라시아 외교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자평했다. 북극이사회 참여는 박근혜 대통령의 140개 국정과제에 포함된 북극항로 및 북극개발 과제 수행을 위한 첫 관문이었다. 북극항로, 북극 개발연구에 있어 북극이사회 동의 없이는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극이사회 자체가 폐쇄적인 기구인데다 정식옵서버 지위 획득도 상당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차기 이사회 의장국인 캐나다 총리, 서유럽 7개국 대사를 접견하면서 한국의 지지를 호소한 바 있으며 정부 차원에선 관련 국제 세미나를 개최, 정식옵서버 지위 획득에 공을 들였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번 각료이사회엔 정식옵서버 신청이 줄을 이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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