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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일본 참의원 선거 승리후…아베노믹스-우경화 가속하나

일본 집권 자민당이 지난해 12월 중의원(하원)에 이어 지난 21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면서 향후 아베호(號)의 향방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하락(디플레이션) 타개라는 명목 하에 엔저를 주도해 온 아베노믹스가 더욱 탄력받고,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등 우경화로 주변국과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자민당은 242석 가운데 121석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총 65석을 획득, 기존 의석 50석을 포함 115석을 만들며 참의원 제1당에 올라 안정적 정권 운용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향후 3년간 선거가 없어 아베 신조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5년 집권 이래 최장수 총리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안정적 의석 확보는 양날의 검과 같아 구조조정 등 고통스러운 경제개혁보다 쉽고 편한 국수주의적 의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평화헌법 개정 등 노골적 우경화에 대한 불안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베노믹스 탄력받는다

일본 최대 금융기관 노무라는 앞으로의 6개월이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기간이 될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 엔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는 엔·달러 환율이 올 연말까지 달러당 100~105엔, 오는 2014년 말에는 105~11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지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담후 "돈풀기 정책이 일본 경제를 꾸준히 부추기고 있다"면서 아베노믹스를 지속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막대한 부채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우려가 G20 회담에서 제기됐다고 평가해 온도차를 보였다.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을 두고 재계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아베 신조 최고경영자(CEO)'를 대하는 기업들의 자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참의원에서의 압승으로 자민당이 국정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면서도 일각에서는 '무적의' 자민당 정권에 대한 경계감이 수면 아래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계가 자민당의 승리를 온전히 반길 수 만은 없는 이유로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들었다. 지난 6월14일 아베 정권이 의회에서 통과시킨 성장전략인 '일본재흥전략'에 따르면 아베 정권은 오랫동안 방치돼 왔던 기업의 과잉공급을 시정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도 이날 "자민당 압승 이후 주식회사 일본이 풀어야할 과제"로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노동법 완화, 자유무역협정(FTA) 참여 등 자유무역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사사키 노리오 도시바 이사회 부의장은 지난 주 "해외 경쟁업체들과 동등한 발판이 필요하다"면서 "일본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법인세 역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법인세율은 35.6%로 주요 7국(G7) 중 두 번째로 높다.

■아베노믹스 가속·우경화…이웃 국가와 관계는 '먹구름'

자축 분위기인 일본과 달리 아시아 주변국과 미국·유럽 등 경제대국들은 불안한 시선을 거둘 수 없다.

특히 아베 총리 당선 이후 급격히 악화된 중일관계는 회복 기미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자민당 압승으로 기정 사실화 된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자민당의 승리를 두고 "정당성을 확보한 아베 총리는 더욱 강력한 경제·외교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특히 "아베 총리가 더 대담한 모양새로 주변국에 대한 침략을 부인한다면 이웃 국가와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BBC 방송도 "아베 정권 하에서 헌법 9조 개정이 정책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며 일본의 국수주의적 정책으로 주변국과의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