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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억 대출금리 조작’ 외환은행 전 부행장 등 7명 기소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대출금리를 임의로 조작해 고객의 이자 303억원을 불법으로 더 받아 챙긴 혐의로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금리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본점은 일정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일선 영업점에 목표 마진율을 정해주는 등 내부적으로 무리하게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자 303억 불법 수취, 피해고객만 4861명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강남일 부장검사)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영업점에서 대출 가산금리를 무단 인상해 이자 303억원을 불법 수취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로 외환은행 전 부행장 권모씨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대상에는 기업사업본부장(상무 및 부행장)을 지내고 퇴직한 권씨를 비롯해 기업마케팅부장을 지낸 박모씨(퇴직), 현 영업본부장 강모씨, 일선 영업점장 이모씨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또 미국에 체류 중인 전 은행장 L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하고,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영업점 321곳, 영업점장 675명이 총 1만1380건의 대출금리 조작에 가담했으며 피해 고객은 4861명에 달한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고객과 약정한 대출기간 중에는 가산금리를 임의로 바꿀 수 없지만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금리를 마음대로 조작했다"며 "피해차주나 불법으로 챙긴 이자규모, 가담 영업점 개수 등을 고려할 때 전국적 범행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본점이 영업점 압박…치밀한 금리 조작

외환은행 측은 고객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가산금리의 경우 금리 변경을 위해서는 고객과 추가 약정서를 체결해야 되는데 추가 약정서도 없이 임의로 금리를 조정했다. 특히 본점은 영업점에다 목표 마진율을 정해주고 금리를 조정하라든지, 미달되는 부분은 알아서 맞추고 이를 이행못하면 패널티를 적용하겠다는 등의 불법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측은 금리 인상과 관련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자 액수가 큰 중소기업이나 이자 액수에 민감한 고객들은 피해 금리를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실제 고객 대부분은 금리 인상폭이 워낙 작아 이러한 대출금리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검찰은 영업점장 675명이 범행에 관여했지만 금액 및 동종사건 처리 전례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 대상자를 선정했다. 나머지 영업점장 등에 대해서는 금감원에 징계 조치를 의뢰했다. 아울러 불법으로 챙긴 이자는 모두 피해자들에게 반환하도록 은행과 감독 당국에 요청했다.


은행 측은 수사 과정에서 고객의 금리 확인이 곤란했던 금리 체계를 개편했다. 또 전산 시스템상 무단 금리 변경을 방지하고 금리를 변경할 때 대출자로부터 약정서를 받았는지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강남일 서울중앙지검 금조1부장은 "앞으로 금리 변경 등 고객에게 중요한 사안을 은행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그럴 경우 반드시 대출고객의 서면 동의가 이뤄지는 관행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