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확정되면서 명칭 사용을 두고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아직 입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당장 계획은 없지만 관련법안이 통과되면 명칭사용중지 가처분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3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단체는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법안에도 '금융소비자보호원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자에게는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유사 명칭 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이에 따라 산하에 한국소비자원을 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소비자기본법 내에 '한국소비자원'이라는 법정단체를 명시해두고 이와 유사한 명칭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금융소비자원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에서는 지난해 이미 금융소비자원이 금융소비자보호원과 명칭에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대한 입법절차가 마무리돼 있지 않아 검토단계에 머물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금융소비자원 설립 당시에도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단체로 오해해 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명칭이 유사한 두 단체가 공존하게 되면 소비자는 물론 금융사 입장에서도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앞서 명칭사용에 대한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법안이 통과된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법안에 유사 명칭 사용에 따른 제재가 명시돼 있는 만큼 통과시 이 부분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칫 정책당국과 소비자단체와의 갈등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소비자원은 설립 당시어떤 의도를 가지고 명칭을 정한 게 아닌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국가가 요청을 하면 단체 명칭을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단체 설립 이후 14개월여간 공정위로부터 소비자원, 서울시 등을 통해 유사명칭 사용에 따른 과태료를 내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며 "서울시 등에서는 유사명칭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공정위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압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소비자원은 이름이 아니라 콘텐츠의 질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법 때문에 명칭을 바꾸기는 싫지만 정부에서 굳이 원한다면 단체 명칭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내년 6월까지 금융감독원과 분리된 독립기구 형태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보원은 은행.보험.금융투자.카드사 등 전 금융업권을 대상으로 금융민원 및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영업행위 등을 감독하게 된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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