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와 함께 미국 신문 양대 거봉 가운데 하나인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팔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매각대금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로 불과 사흘전 NYT가 보스턴 글로브를 7000만달러에 매각한 것에 비해 후한 평가를 받았다.
136년 역사의 WP 매각은 미디어 업계 중심이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으로 WP는 물론이고 신문 업계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 주체는 아마존이 아닌 베조스이며 약 40년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사퇴를 촉발했던 워터게이트 사건,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사건 등 역사적인 특종을 기록한 WP는 상장 40년만에 다시 개인 소유 신문사로 탈바꿈하게 됐다.
■ 7년 적자에 손들어
지난 2002년부터 2012년 10년 사이 WP의 경영실적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온라인 업체들의 부상과 종이 신문의 침체가 겹치면서 WP의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2007~2012년 5년간 미국 종이 신문들의 광고수입이 55% 급감해 신문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나서고, 일부는 파산했으며 일부는 새 주인을 찾기도 했다.
WP 역시 다르지 않았다.
발행부수는 2002년 76만9000부에서 지난해 47만2000부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 신문부문 매출 역시 2002년에 비해 31% 급감한 5억8200만달러에 그쳤다.
영업손익은 2002년 1억900만달러 흑자에서 2012년에는 5억37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투자분석업체 후버 리서치 파트너스의 크레이그 후버는 10년전에만 매각이 결정됐어도 20억달러는 무난히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33년 WP를 인수하면서 반석에 올려 놓은 유진 마이어의 손자인 돈 그레이엄은 신문 부문이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케이블 방송·온라인 등 부수업종의 이익마저 갉아먹는 상황에서 신문의 발전을 위해 매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WP는 2010년 뉴스위크를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편집국장을 교체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하 카플란 교육센터가 부진해지면서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 베조스, 적극 투자 나설 것
베조스는 다른 대부분 신문 소유주와 달리 WP를 키우기 위한 실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미 신문사들이 주주와 채권단을 만족시키기 위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단기 재정실적을 충족하는데 치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베조스는 WP의 장기 계획에 관심이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단기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 시장 점유율 확대, 독자 충성도 제고를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베조스도 성명에서 인터넷이 신문의 지형을 바꿨고, 10년 뒤 신문업계가 어떤 판도를 나타낼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실험하고, 창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함으로써 적극적인 투자를 시사했다.
한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1973년부터 WP 주식을 사들여왔고, 베조스 인수로 주가가 뛰면서 투자 수익률이 90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WP 주가는 베조스의 인수 소식이 알려지며 이날 5% 가까이 올랐고, 올 전체로는 상승률이 57%에 육박한다.
베조스의 인수가액은 현 주가에 40.32달러 프리미엄을 얹은 액수가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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