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한갑수 기자】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인천시는 경기가 치러질 클레이사격장 건설 부지조차 마련하지 못해 경기 개최에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운영비를 당초 계획보다 30% 이상 삭감할 것으로 보여 대회의 정상 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인천시와 서구청 등에 따르면 클레이사격장 부지 선정을 놓고 인천시와 서구청이 이견을 보이면서 부지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인천시는 당초 클레이사격장을 수도권매립지 3매립장에 건립할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서울시 등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최근 수도권매립지 남측 유휴지역 문화체육공원 예정지로 부지를 변경했다.
서울시는 클레이사격장이 경기 이후 철거가 예상돼 골프·수영·승마장과 달리 주민편익시설로 볼 수 없다고 반대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아시아경기대회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클레이사격장이 임시시설에서 대회 이후에도 지속 활용할 수 있는 영구시설로 전환된 점도 부지 변경을 부추겼다.
인천시는 문화체육공원 예정지에 사격장을 건립할 경우 다른 놀이시설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 정서진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또 예산 절감 차원에서 수도권매립지보다는 경기 화성시 소재 경기도종합사격장을 활용하라는 감사원 권고도 부지 변경에 한 몫을 했다.
화성 사격장은 사대수가 국제대회 기준인 4사대보다 1개 적은 3사대로 국제대회 기준에 미달해 문화체육공원 예정지를 적격 부지로 낙점하게 됐다.
그러나 서구는 수도권매립지 남측 유후부지 62만7000여㎡에 정서진과 경인아라뱃길 등을 연계한 역사·문화·관광이 어우러진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서구는 이를 위해 사격장 부지 선정 이전부터 공원조성사업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고 도시계획에도 반영한 상태다.
서구는 사격장에서 나오는 탄환이나 소음 등이 문화체육공원 성격과 맞지 않고 오히려 이 때문에 경인아라뱃길 관광객 수가 감소될 것으로 보고 사격장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서구는 사격장이 아시아경기대회 때만 쓰고 철거할 임시시설이 아니라면 탄환과 소음을 흡수할 수 있는 산 근처에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사격장을 국제규격인 4사대로 지으려면 사대 넓이가 60m, 타깃거리가 350∼400m 돼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0만㎡의 공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공간은 문화체육공원 예정지 밖에 없어 물러설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부지 선정이 지연되면서 인천시와 서구청 실무자들이 최근 만나 의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간의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사격장이 건립돼 순조롭게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려면 늦어도 오는 10월에는 착공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 이상 지연될 경우 타 도시에서 경기를 치르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인천시는 서구를 설득해 오는 10월께 공사를 착공해 내년 7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사격장 건설에 따른 절대 공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운영상 필요한 관리동과 주차장 등을 제외하고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최소 규모로 사격장을 지을 계획이다. 대회 종료 이후 제외했던 나머지 시설물을 지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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