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정지원 특파원】 미국의 금융위기 발생 5주년을 맞은 가운데 당시 사태의 시발점이 됐던 리먼브러더스의 관계자들이 모두 무혐의 처리된 사실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리먼 임원진에 대해 수사를 전개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먼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리처드 풀드를 비롯, 임원진에 대해 지난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SEC는 리먼 파산 직전까지 14년간 이 회사의 회장 겸 CEO를 역임한 풀드와 임원진에 대해 민사소송도 제기하지 않은 채 지난해 조사를 종결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NYT는 조사에 참여한 법조인과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 조사를 총지휘한 조지 카넬로스 SEC 뉴욕 사무소장이 리먼 고위직 임원들의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숨겼다는 물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조사를 종결했다고 전했다. 카넬로스는 메리 샤피로 증권거래위원장에게 리먼의 간부들을 기소하는 것은 법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보고했다. 그러나 종결 당시 풀드 등 리먼의 임원진은 최소한 회사 내부의 불법 회계활동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샤피로 위원장은 조사팀의 결론에 대해 카넬로스와 가진 면담에서 "증거가 없다는 당신의 주장에 대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이 세상에 당신의 수사 결과를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샤피로 위원장도 카넬로스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SEC의 대변인은 리먼 사태에 대한 위원회의 조사 종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했으나 "모든 조사의 결론은 법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단서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NYT는 리먼의 파산신청을 조사한 법정 관계자의 말을 인용, 풀드를 비롯한 리먼의 간부진이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연방 검사로 일한 바 있는 앤톤 발루카스는 "리먼의 임원들은 자신들의 불법 회계행위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SEC는 조사를 통해 이를 파악했음에도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NYT는 "SEC가 리먼사태 관련 문서를 1500만건이나 검토했고, 증인 30여명을 확보한데다 고발요건이 까다롭지 않았는데도 고발을 포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풀드는 리먼 파산 이후 한동안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가 2010년 투자사인 레전드 시큐리티에 들어가면서 금융계에 복귀했다.NYT는 오는 15일 리먼사태 5주년을 맞아 민사고발 등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일부 조치의 법적 시한이 끝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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