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추석선물을 보면 대통령 철학이 보인다

대통령의 추석 선물 의미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년에 한 번씩이지만 최고 국가통치권자로서 선물 구성에 따라 대통령의 성향이나 해당 정부의 지향하는 정치철학의 단면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추석을 맞아 지난 13일부터 사회 각계 주요인사와 국가유공자, 사회적 배려계층 등 9000여명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

선물은 잣과 유가찹쌀, 육포 등 3종으로 구성됐으며 불교계에 보내는 선물에는 육포 대신 호두를 선물했다.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농축산물을 담아 명절의 풍성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코자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소년·소녀가장에게는 외국어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학학습기를 보냈다고 한다.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촌 살리기 차원에서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의미에 맞게 우리 농산물을 선물함으로써 따뜻한 정성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어학학습기의 경우 '평등 교육' 실현과 사회적 소외계층 지원 등 복지에 관심이 높은 박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에게 있어 추석이나 설 명절에 격려 선물을 보내는 것은 오랜 관행이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시대에 따라 그 종류도 제각각인데 이를 통해 대통령의 성격과 정치 철학을 읽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선친인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은 명절 선물로 봉황이 새겨진 인삼을 즐겨 보냈다고 한다. 인삼을 담은 나무상자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을 새겨 넣어 '봉황인삼'이라고도 불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봉황인삼이 명절 선물의 단골메뉴였는데 이를 두고 두 대통령의 '보스 기질'을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명절 선물로 격려금조의 현금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에는 '돈 봉투'나 '촌지'를 줄 경우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지만 당시에는 선물 대신 현금을 줌으로써 격려를 대신하는 현금 문화가 성행하곤 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하듯 대통령의 명절 선물도 비교적 소박해졌다. 명절 선물을 보내는 대상도 일부 측근들과 정·관계에서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대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통 민속주를 선물했으며 취임이후 2003년 추석에는 복분자주, 2004년 소곡주, 2005년 문배술, 2007년 이강주 등 해마다 전국 각지의 민속주를 준비했다. 국민통합이라는 정치철학이 담겨져 있는 선물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멸치잡이 사업을 하던 부친 고 김홍조옹이 보내준 고향 거제도산 멸치를 선물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뿐만 아니라 정치 입문 때부터 멸치 선물을 줄기차게 보내 'YS멸치'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과 한과, 녹차를 선택했으며 도자기 찻잔 세트와 장식용 옹기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소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심'과 '지역 화합'차원에서 주로 농산물 세트를 선물했다. 취임 첫 해인 2008년 추석에는 강원 인제의 황태, 충남 논산의 연산대추, 전북 부안의 재래김, 경남 통영의 멸치 등을 선물로 보냈다.

2010년에는 경북의 된장, 전북의 고추장, 경기의 참깨, 충북의 참기름, 충남의 들기름, 제주의 고사리, 경남의 취나물, 강원의 건호박, 전남의 표고버섯 등 전국 각지의 농산물 9종 세트를 선물로 마련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