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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제약사 ‘코리아 엑소더스’ 조짐

정부의 지속적인 제약산업 규제로 외국계 제약사들이 국내 투자를 줄이는 것은 물론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동시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0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복지부와 신약개발 임상.임상 등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력을 하고 있는 외국계 제약사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사노피 아벤티스, 오츠카, 노바티스, 미국 머크 등 6곳에 불과하다. 신약 연구개발(R&D)과 임상시험 지원 등 국내 제약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아스트라제네카가 신약개발 초기연구 협력과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 5년간 800억원을 투자한 이후 2007년 한국화이자가 비임상.임상시험 연구와 약동학 시뮬레이션센터 설립을 위해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투자협력 계약을 복지부와 양해각서 체결했다. 이후 사노피아벤티스(2009년 700억원 규모), 한국오츠카(2009년 1000억원 규모), 한국노바티스(2009년 1250억원 규모), 미국 머크(2011년 2100억원 규모) 등도 복지부와 임상시험 지원 및 연구인력 교육 등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와 사노피아벤티스만이 각각 2011년과 올해 투자 연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반면 계약이 종료되거나 종료를 앞둔 화이자, 오츠카, 노바티스 등은 아직까지 투자 연장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내 신약개발 R&D 기반을 위한 투자를 이어갈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제약사 40여곳 중 현재 국내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곳은 한국얀센, 한국오츠카, 바이엘코리아 등 3곳에 불과하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외국계 제약사들이 하나둘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노바티스를 시작으로 2005년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한국릴리, 한국애보트가 국내 생산공장을 철수시켰다.

이후 △한국화이자(2006) △한국로슈(2007) △한국베링거인겔하임(2008) △한국MSD가 생산공장을 중국 등으로 옮겼다. 이들은 증가하는 인건비와 생산공장 운영비에 따른 비용효율성 제고 차원에서의 생산공장 철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면에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비해 정체기에 접어든 한국 시장은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점도 이유다.

그동안 외국계 제약사들은 신약 R&D 지원, 연구인력 양성, 임상시험 지원 등으로 국내 제약산업 성장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초창기 외국계 제약사 생산공장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선진 의약품 생산기술을 전수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지부진한 외국계 제약사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제약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약가인하 등 규제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고 예측 가능한 제약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RPIA 김성호 전무는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국내 제약시장이 위축돼 외국계 제약사들이 국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외국계 제약사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제약시장 성장을 위한 노력과 함께 예측 가능한 제약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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