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호주)=홍석근 기자】 2012년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암이며, 폐암은 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폐암학회'(15th World Conference on Lung Cancer)에서는 전 세계 폐암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폐암치료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폐암 중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발생률이 높은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아파티닙'에 대한 새로운 임상결과가 발표돼 전 세계 폐암 전문의들의 주목을 받았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시장 급성장
폐암은 암 세포의 크기가 작으면 소세포폐암으로, 크면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비소세포폐암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암이지만, 초기 증상을 거의 느낄 수 없어 처음 진단을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25%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폐암 환자의 80%가량이 비소세포폐암이다.
2000년대 초부터 비소세포폐암의 원인 유전자가 밝혀지면서 표적치료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정 유전자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찾아낸 것이 표적항암제 개발의 시작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1세대 표적치료제는 게피티닙(제품명:이레사, 아스트라제네카), 엘로티닙(제품명:타세바, 로슈)이다. 이들은 EGFR를 집중적으로 억제하고 암세포만 공격해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아시아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40%가 EGFR 변이를 가지고 있어 표적항암제에 대한 높은 치료 반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증가와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2010년 42억달러 규모였던 이 치료제 시장은 2021년에는 6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2010년 약 1000억원 규모에서 2017년에는 2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존 표적치료제의 내성 한계 극복
1세대 표적치료제는 초기에는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평균 6~10개월 이후에 약에 대한 효과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강력하게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며 암을 관리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 개발이 새로운 과제였다. 이런 가운데 아파티닙은 기존 표적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아파티닙은 종양세포의 성장, 전이 및 대사를 돕는 핵심 경로가 되는 변이군(ErbB1, 2, 3, 4) 4개를 동시에 차단한다. 다시 말해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 전달 경로를 훨씬 넓은 범위까지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비가역성으로 표적에 한 번 결합되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폐암 전문의들은 1세대 표적치료제보다 폐암 종양이 증식되지 않은 기간이 길고, 환자 생존율도 연장시켰다며 치료효과를 높이 평가했다.대만 국립대 의과대학 제임스 지신 양 교수(암연구센터)는 "아파티닙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기존 화학요법으로 치료한 환자들과 비교해 약 2배인 1년 동안이나 폐암 종양이 증식되지 않고 환자가 생존했다"면서 "특히 아시아인 환자에게서 더욱 생존율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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