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새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정책 관련 법안들이 국회 일정 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정감사를 마친 국회 정무위원회가 이달부터 법안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동양사태 대책 마련 등 국감 후속조치 논의 때문에 상임위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 특히 12월 국회가 내년도 정부예산을 심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정책과제 관련 법안들의 연내 처리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관련 국회에 제출할 법안과 이미 계류 중인 법안은 150여개다.
이 가운데 금융위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금융위설치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 △한국산업은행법 개정법률(산은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5개 법안을 연내 처리가 시급한 핵심 법안으로 꼽고 있다.
특히 금융위설치법과 산은법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추진한 핵심 4대 과제로 둘 다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독립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관련 법안인 금융위설치법은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발의했다.
산업은행 민영화 정책을 폐지하고 정책금융공사와의 재통합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정책금융체계 개편안 관련 법안인 산은법 역시 의원입법으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발의해 줄 의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송광호,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과 법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실제 법안 발의까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대해 일부 여당 소속 정무위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법안이 상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 추진 일정상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길 기대하는 법안들이 있다"며 "국회 일정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처리 전망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예정된 정무위 전체회의도 돌연 취소됐다. 이날 회의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참석해 금융위 관련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일정이 변경되면서 신 위원장의 국회 일정도 취소됐다. 정무위 소관 부처의 법안 상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던 전체회의가 무산되면서 실제 법안을 심사할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일정도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간 오늘 전체회의 안건 상정 이견으로 회의가 취소됐다"며 "이에 따라 다음주에 예정이던 법안심사소위도 언제 진행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향후 정무위 법안 논의 일정에 가장 큰 변수는 '동양사태'이다. 짧은 국감 기간 동양사태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는 데 여야 정무위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무위 법안 심사에 앞서 동양사태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정무위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연히 정무위에 계류된 법안들에 대한 심사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얘기다.실제 정무위 관계자는 "국감 기간을 통해 동양사태에 대한 대책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무위에 계류되거나 상정된 법안을 논의하기 앞서 동양사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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