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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태풍 ‘하이옌’ 필리핀 이어 베트남도 삼키나

10일 필리핀을 집어삼켰던 '하이옌(Haiyan.바다제비)'이 이번엔 베트남 북부로 방향을 틀었다. 최대 순간 풍속이 시속 379㎞에 달하는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를 덮치면서 현재까지 추산된 인명피해만 1만2300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사망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가 잇따르는 가운데 베트남이 차기 '취약지대'로 예상돼 베트남 당국 또한 주민대피 및 병력배치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만2300여명 사망·실종'

AP 및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의 주도 타클로반시 경찰서장인 엘머 소리아는 전날 밤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나온 자체 추정치를 인용, 타클로반의 사망자 수가 최대 1만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인근 사마르섬에서도 300여명이 사망하고 약 20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필리핀 적십자사는 사망자수가 1200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일부 주변 지역의 통신두절과 고립된 상황을 고려,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유엔 재해조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22만명이 희생됐던 2004년의 인도양 쓰나미 참사와 비슷한 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가지뿐 아니라 사회 기반시설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9일 타클로반을 방문한 마르 로사스 필리핀 내무장관은 "물과 전기, 수도 등 모든 문명의 자취가 사라져 버렸다"며 "통신수단을 비롯, 미디어 전체가 초토화돼 생존자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볼테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은 "(타클로반에) 질서가 사라져 약탈이 성행하고 있다"며 현지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날 태풍 경로가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의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소리방송(VOV)은 하이옌이 중부 꽝응아이성에서 약 200㎞ 떨어진 해상에서 관측됐다며 현재 북중부와 북부해안 지역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방재당국은 취약지역 주민 50만여명을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시켰다. 베트남군은 약 45만명의 병력을 해안지역에 배치했다.

■국제사회, 필리핀 지원 나서

이런 가운데 전 세계 각지에서 필리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등 국제사회가 해.공군 장비와 인력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9일 성명에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미국 태평양 사령부에 필리핀에서 인도적 구호 임무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며 헬리콥터와 항공기 등 인양.수송장비와 해양 수색.구조장비를 임무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제개발기구 및 마닐라 주재 미국 대사관과 협력, 태풍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 국장도 같은 날 유엔이 필리핀 태풍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작업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및 뉴질랜드도 구호자금으로 49만달러(약 5억2000만원)를 즉시 전달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태풍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위해 담요, 모기장, 물통, 구급약품 등 긴급구호품을 즉각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의 머레이 매컬리 외무장관도 적십자를 통해 전달될 기부금이 현지에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구호물자를 마련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