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김모씨는 최근 계좌이체를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이체 내용을 작성한 후 마지막 절차로 '휴대폰 인증'을 클릭했다. 하지만 홈페이지 화면에 '착신전환된 전화에 인증번호를 발송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떴고, 계좌이체를 실행하지 못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이 인터넷 금융거래 시 착신전환된 휴대폰으로 인증문자가 발송되는 것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착신전환 서비스를 이용해 인터넷뱅킹.상거래와 관련된 인증번호를 수신해 불법으로 개인 자금을 빼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증문자는 중요 금융거래 시 본인확인을 위해 인증번호(4자리 숫자)를 전송하고, 전송받은 인증번호를 인터넷.스마트뱅킹 거래에 입력하는 문자메시지(SMS)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부터 착신전환된 휴대폰으로 인증문자가 발송되는 것을 중지했다. 금융사기수법으로 고객의 휴대폰을 착신전환해서 인증번호를 탈취, 불법으로 자금을 송금하는 전자금융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SMS 인증방식은 은행에서 인증 SMS를 이통사로 보내고 이동통신사가 해당 폰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라며 "은행에서 고객의 폰이 착신전환된 폰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증SMS를 이동통신사로 알려주면 이동통신사가 착신전환된 폰으로는 (인증문자) 발송을 하지 않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9월 26일부터 착신전환된 휴대폰으로 인증문자가 발송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e금융사업부'에서 인터넷뱅킹 금융사고 예방을 총괄, 인증문자를 활용한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착신전환된 휴대폰에 인증문자가 발송되는 것을 차단해 왔다.
금융당국 역시 시중은행권의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해 착신전환된 휴대폰에 인증문자가 발송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협조가 필요한 관련 부처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이동통신사 홈페이지 또는 고객센터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는 착신전환 서비스가 금융사기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사항을 소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전달, 신속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착신전환된 휴대폰 인증 차단) 제도 시행은 은행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착신전환은 통신사 쪽 문제이기 때문에 소관 부처에 금융사기 우려를 전달하고 해당 부처에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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