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을 도박·알코올·마약 중독과 같은 범주에 두는 법안이 게임업계에 화두로 부상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지난 4월에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여론도 양극단으로 갈리며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이 법안을 의료적인 관점에서 발의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과 소관 상임위 차원에서 우려 의견을 표명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을 각각 심층 인터뷰해 진솔한 입장을 들어봤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국가 '중독관리' 근거 마련, 규제 아닌 예방·치료 목적"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돌연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법에 대해 오해가 많다고 보는가.
▲이 법안의 핵심은 국가가 보건의료적 관점에서 '중독 관리'를 책임지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은 중독관리법이 제정돼 있다. 특히 공중보건이 발달한 영국의 경우 인터넷 게임 중독을 어떻게 하나 지난 5월에 직접 방문해 살펴봤더니 온라인 게임 중독자를 위한 재활병원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독치료를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중독치료 전문가도 없고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중독 상담은 비전문가가 청소년을 상대로 상담하는 게 전부다. 현재 게임중독, 마약중독 등으로 의학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독자가 전체 인구의 6.7%인 약 333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법이 제정되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중독위원회를 설치해 각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독 및 중독폐해 관리 업무를 함께 논의해 통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게임업계와 네티즌들은 게임 중독을 왜 마약·알코올 중독 등과 같은 범주에 놓느냐고 반발하는데.
▲게임 중독도 중독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독은 필시 금단 증상이 수반된다. 중독 증상은 보통 의사가 판단해야 하지만 '통제력 상실(Loss of Control)'을 초기 중독증상으로 본다. 예를 들면 20대 대학생이 게임하느라 강의를 빼먹기 시작했다면 중독이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수업을 깜빡하게 되는 상황이면 초기 중독증상으로 봐야 한다.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자가 47만명이고 이 중 60~70%가 게임으로 인한 중독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게임 중독이 더 심각한 이유는 게임 중독자의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중학교 남학생의 3분의 1 정도는 중독은 아니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다른 중독(마약, 알코올, 도박) 증상은 대다수 어른들에게 나타난다.
―이 법안이 결국 게임업체의 경영을 위협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반대논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중독관리법은 처벌 조항이 있는 규제법이 아니고 게임업체에 발전기금을 달라는 법이 아니다. 법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게임중독은 법률에 이미 규정돼 있는 용어다. 여가부 청소년 보호법 등에도 인터넷 게임 중독 항목이 담겨 있다. 만약 게임중독이라는 용어 자체에 반발을 할 거였으면 당시 법이 만들어질 때 반발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그렇다면 중독관리법이 게임관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대안이라고 보는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프로포폴 질의를 많이 했다. 프로포폴은 의료용 약물이기 때문에 일부 중독 증세를 보이더라도 의사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런 예방도 없이 프로포폴 상습 투여를 할 경우 법적 처벌만 한다. 프로포폴 중독자에 대한 다음 단계, 즉 치료는 없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이 법의 가장 큰 목적은 국가가 책임지고 중독자들을 위한 관리센터를 만들고 중독치료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데 있다. 중독자를 겨우 달래서 치료하려고 해도 막상 갈 곳이 없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 "상상콘텐츠 기금 조성 위해 게임사업자에게 부담 넘겨"
―여권의 게임관련 법안이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이 있다. 여권은 경제활성화에 집중하는 데 유독 게임만 규제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상상콘텐츠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어떤 명분으로, 어떤 기관이 기금조성을 할 것인지 재원마련이 불투명한 상태다. 그래서 지난 6월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이 '게임사업자 상상기금 5% 징수법'을 발의해 사업자가 부담을 지게 했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공공재에 의해 이익을 취하거나 특정사업으로 인해 공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에만 부담금을 부여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을 4대 중독 유발 물질로 묶어놓은 법안이 통과되면 부담금을 걷을 근거가 된다. 현재 게임규제법 논란도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기금마련, 세수확보 차원에서 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다. 말로는 증세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게임사업자들을 표적으로 한 강제징수에 나선 것이다.
―게임중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게임업체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같은 이유는?
▲게임은 대중화된 놀이문화이자 정부가 장려하는 사업이다. 진흥·장려와 함께 부작용에 대한 예측도 국가의 몫이다. 현재 미래부에서는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수십억원의 인터넷 중독예방 예산을 출연하고, 여성부도 청소년 인터넷 게임중독대응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현재 여당에서 발의한 게임규제법안은 인터넷게임 자체를 중독 유발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진흥한 '게임'이 갑자기 '중독유발물질'로 위상이 바뀐다면 당연히 진흥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중독예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담배와 로또는 부작용에 대한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분위기다. 같은 맥락에서 게임중독에 대한 업계의 부담도 필요한 것 아닌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자발성에 기초한 게임사업자들의 사회공헌은 환영한다. 여당이 게임사업자로부터 자발적 사회공헌이 아닌 법적 규정으로 강제하려는 것이 문제다. '게임과몰입'과 '중독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재원 마련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기금 조성의 법적 강제는 적절치 않다. 이미 업계는 자발적으로 지난 2011년부터 107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중독예방교육이나 저소득층 기기보급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게임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인식하는가.
▲게임을 따라한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이 게임규제법이나 중독법을 발의한 요인이다. 그러나 문제점이 어디 있는지는 더 연구해야 할 문제다.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이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새누리당의 법안처럼 게임을 중독유발물질로 단정하고,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부·여당이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고 인식해 그 해결 방안을 찾으려 한다면 먼저 당정 간 협의를 해야 할 것이고 야당과도 협조를 구해야 한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박지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