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여의도 정치와의 불통 논란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정쟁 불개입 원칙'에 따라 여의도 정치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근거리 소통'을 해왔지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모처럼 맞은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비록 박 대통령이 야권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원샷 특검 도입과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주장에 대해 여야 간 합의를 전제로 했지만 사실상 수용을 시사한 것은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경제활성화 법안이 반드시 정기국회 내에 통과돼야 한다는 판단이 녹아 있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며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정쟁불개입 원칙을 고수, 최대한 정치현안에 말을 아꼈던 기존 입장에 비하면 진일보한 언급이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원샷특검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은 물론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도 "정치권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철저한 제3자적 입장을 견지했던 것에 비춰볼 때 일종의 '유화제스처'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 의지를 강조하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쟁을 중단해줄 것도 호소했다. 조만간 국정원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만큼 국회가 심도있는 논의를 해달라고 주문, 사실상 야권의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요구도 수용하는 뉘앙스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지속되는 정쟁의 소용돌이가 자칫 경기회복의 '마중물'이 될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경제관련 입법 처리를 올스톱시킬 수 있는 만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하반기 정책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경색 정국의 숨통을 트이게 할 필요성을 절감했으리란 판단이다.
집권 첫해 후반기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토대가 될 분야별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 야당에 일정부분 '퇴로'를 열어줄 '정치적 명분'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달 초 서유럽 순방 이후 일부 공식일정을 빼고는 직접 시정연설문의 탈고과정까지 심혈을 기울였으며 국회 연설 하루 전인 17일 오후에야 최종 탈고를 박 대통령이 직접 끝낼 만큼 분야별 메시지에 막대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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