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부족함이나 모자람이 아니라 다르다는 '차이'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그 '차이'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박은수 고문 변호사(사법연수원 12기·
사진)는 판사를 거쳐 제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성년후견제 도입(민법 개정) 등 장애인을 위한 활발한 입법활동을 폈다.
박 변호사가 장애인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자신이 소아마비 장애인 인인 영향이 크다. 그는 지난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신체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법관 임용 심사에서 탈락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당시 김용준 서울고법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넥서스 고문 변호사) 등 선배 장애인이 주축으로 만든 한국소아마비협회를 중심으로 대법원의 부당한 처사에 맞섰고 언론의 적극 지원을 받아 1983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명됐다.
박 변호사는 "대단한 동기가 아니라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던 후배 장애인에게 죄를 지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장애인은 판사가 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국회를 떠나 율촌에 합류한 박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함께 수도권 7개 법원의 판사 및 법원공무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는 소수자 권익옹호에 사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이뤄졌다.
지난달 21일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을 시작으로 3주에 걸쳐 서울과 경기지역 7개 법원에서 판사와 법원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프로그램은 종래의 주입식 강의 형태에서 벗어나 배우 김현주씨와 박 변호사가 장애에 관한 일반적 인식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호응을 얻었다.
박 변호사는 "법관이 임명직인 것은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며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 법원 내부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익 사단법인 '온율' 설립을 추진중이다. 그는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따뜻한 율촌'이라는 의미로 '온율'을 법인명을 정했다"며 "온율을 통해 제대로 된 로펌의 프로보노(공익을 위한 전문가 기부) 문화를 선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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