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1 총선 과정에서 발생한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대리투표사건'과 '관악을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부정사건' 등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확정판결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또 다른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대리투표' 관련 사건은 물론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통진당 해산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봤다.
■"당내 경선도 직접선거 따라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백모씨(53)와 이모씨(39)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통합진보당 내 경선에도 선거권을 가진 당원들의 직접·평등·비밀투표 등 일반적인 선거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며 대리투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통진당 당규(제37조)에서도 대리투표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면서 "대리투표 행위가 비례대표 후보자의 지지율 등을 오인, 착각하게 만들어 경선 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방해한 것"으로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지난해 4·11 총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오옥만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전자투표 인증번호를 넘겨받아 각각 30건과 10건의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역시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윤금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10건의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56)에 대해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대리투표와 관련해서는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법원에 유사한 사건들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관악을 전화 여론조사도 유죄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와 함께 지난해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서울 관악을 야권단일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조모씨(39) 등 2명에게 징역 1년, 이모씨(54) 등 4명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통진당 이정희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되도록 하기 위해 유권자들의 휴대폰에 착신전환을 걸어놓거나 유권자의 연령을 속여 조사가 끝난 연령대를 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부정경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정희 통진당 대표(국회의원)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부정선거와 관련된 사건인 만큼 통진당 해산 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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