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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의심땐 은행이 자체적으로 지급정지

대포통장 의심땐 은행이 자체적으로 지급정지

#1. A은행 한 지점에서는 한 남자고객이 방문해 1만원을 몇 번씩 넣었다 뺐다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포통장 계좌를 개설한 후 그 계좌에서 자금이 제대로 입출금되는지 지급정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게 A은행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지점 차원에서 이 통장계좌에 대해 자금을 입출금하지 못하도록 지급정지 조치를 내렸다.

#2. B은행 지점에서는 한 여자가 와서 경제지 기자를 칭하며 통장 개설을 요구했다. B은행 창구 직원은 그 여자의 행동이 의심스러워 신분증과 함께 재직증명서 등을 요구했으나 그 여자는 화를 내고 지점을 떠났다. 대부분 금융당국 직원 등 전문직을 사칭하며 통장 개설을 요구하는 경우는 대포통장 개설로 의심된다. 이에 따라 B은행은 재직증명서 등 추가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대포통장 개설 계좌로 의심되는 통장은 은행 자체적으로 지급 정지된다.

금융감독원은 재직증명서 요구 등 통장 개설 절차를 엄격히 하고, 대포통장으로 개설됐다고 판단되는 계좌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지급정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은행들과 대포통장 의심 계좌의 모범사례를 정리해 공유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과 대포통장 의심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및 계좌 개설 거절의 모범사례를 정리해 '대포통장 의심 계좌 지급정지 및 개설 거절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절차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대포통장 의심 계좌를 지급정지하거나 통장 개설을 거절한 사례를 모아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1만원 정도의 소액 잔고를 몇 번이나 살펴보거나 입출금을 할 경우는 거의 대포통장 의심 계좌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현행 자금세탁방지법상 금융회사는 자금세탁 의심 계좌는 지급정지 또는 개설 거절을 할 수 있도록 돼있다.
따라서 대포통장 개설로 의심되는 고객이나 대포통장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사례를 은행들이 공유해 피해를 막자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대로 은행별 모니터링 부서가 대포통장 등 금융사기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 명의인의 정보를 은행연합회 전산시스템에 집중시켜 은행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의심거래 또는 계좌가 개설돼도 신속히 지급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통장 개설 절차도 강화해 전문직 등을 사칭하는 의심 고객에 대해서는 재직증명서 등 추가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처럼 통장 발급 절차가 철저한 은행들의 모범 사례를 정리한 가이드라인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